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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초록 Feb 24. 2021

새벽

20년 04월 01일 작성

새벽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요즘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겠다 다짐하지만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된다.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이유는 아쉽게 하루를 끝내는 것이 아쉬워 조금이나마 알차게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정말 그런 것 같다. 재료 없이 밋밋한 케이크를 만들고 아쉬운 마음에 토핑으로 다진 마늘을 올리는 느낌이랄까. 무언가 부족한 하루를 메꾸려 아쉬움이 사라질 때까지 그저 스마트폰을 붙잡는 내 허접한 일상이 야속하다.


새벽이 되면 정말 조용해진다.

숨 쉬는 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만이 방 안을 맴돌며 적막한 느낌을 준다.


밤이 되면 자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은 누가 정한 것일까? 왜 사람들은 낮에는 깨어 일하고, 밤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잠을 청할까? 내가 새벽이었다면 불만이 많았을 것 같다. 나도 낮처럼 행복하게 하루를 사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싶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하고, 가족들이 웃으며 식사하고, 아이들이 왁자지껄 수업을 듣고, 노인들이 함께 노래 부르고, 재미있는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어쩌면 그저 편안히 차를 마시는 광경들 하나하나를 지켜볼 수 있는 낮이 부러울 것 같다.


그럼에도 새벽은 불만이 없다. 어쩌면 세상에서 행복한 광경보단 불행한 광경이 더 많이 보이는 탓일까. 아니면 그저 편안히 누워 잠자는 사람들의 그 아름다운 모습이 좋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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