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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초록 Feb 24. 2021

주사

20년 04월 18일 작성

병원에 가면 가끔 엄청난 성량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 담긴 절규를 듣고 있자면 왜인지 안쓰럽게 느껴진다.


어린아이들은 '주사'를 싫어한다. 그것도 꽤 끔찍이. 그도 그럴만한 것이 나도 아직 길고 날카로운 주삿바늘을 보면, 괜히 긴장이 되고는 한다. 그래도 난 이제 울지 않는다. 울만큼의 고통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조금 따끔하긴 하지만, 이 주사를 맞아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젠 깨닫기 때문이다.


유난히 안 좋은 일이 겹치는 하루가 있다. 안 좋은 일들은 하나씩 찾아오는 게 아니라 친구들을 몽땅 데리고 와서 초인종을 마구 눌러댄다. 모른 척할 수도 없이 문을 두드린다. 어쩔 수 없이 열어버린 문으로 엄청난 인원의 안 좋은 일들이 몰려들어와 거실 바닥을 점령한다.  이런 하루를 겨우 기특하게 견뎌내고 마침내 누운 잠자리에서는 안도와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 힘든 몸을 누이고 나면 가끔은 꼭 참고 있던 여러 의미의 눈물이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아직 어려서 너무 아픈 것일까? 사실 조금 따끔한 것뿐인데, 사실 이렇게 울 일도 아닌데, 아직 내가 너무 어려서일까? 조금 크고 나면, 조금 더 자라고 나면, 따끔한 것쯤이야 아무렇지 않을까?


오늘 이 하루가 주사였기를. 이 하루를 견디고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기를. 무섭고 원망스러웠던 의사 선생님의 뜻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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