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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초록 Feb 24. 2021

퍼즐

20년 04월 29일 작성

몇 년 전쯤이었던가.

퍼즐을 샀다.


다 맞춘 퍼즐을 액자에 걸 수 있는 큰 퍼즐이었다. 어려서부터 퍼즐 맞추는데 흥미가 있었고 꽤 잘 맞추기도 했기 때문에 호기롭게 거실에 퍼즐을 펼쳐놓고 몇 시간을 앉아 맞추기 시작했다. 퍼즐은 가장 바깥쪽 테두리부터 점점 안쪽으로 영토를 넓히기 시작했다. 퍼즐 가장자리 조각은 한 면 또는 두 면이 튀어나오거나 들어간 곳 없이 매끈하기 때문에 쉽게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사이즈가 컸던 탓일까? 몇 달 동안 거실 탁자 위에 널브러져 있던 퍼즐 조각들을 끝내 맞출 수 없었다. 그렇게 아직도 서랍 깊숙한 곳에 들어있는 퍼즐 조각들은 본인의 상자 분실로 인해 더는 맞출 수 없게 되었다.


나는 퍼즐 조각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퍼즐 조각일지도 모른다. 모양도, 튀어나온 부분도, 그 위의 그려진 그림도 각각 다른 퍼즐 조각들. 그렇게 우린 넓은 판 위에 자신을 올려놓는다. 인기척 하나 없는 휑한 곳에 올라가는 조각도 있고, 나와 딱 맞는 조각들을 금세 찾아 끼워 맞추며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조각도 있다.


하나하나 자리를 찾아나가는 조각들을 보면서 아직 판 위에 올라가지 못하고 널브러져 있는 나는 조금 불안해진다. 그러다 조급한 마음에 비슷해 보이는 조각들에 어떻게든 끼워 맞춰 보려다 다른 조각들에 피해를 주기도 하고, 크게는 그림 하나를 완전히 망쳐버리기도 한다.


가끔은 내가 필요한 조각이 맞나 싶기도 하다. 내 옆에 함께 누워있던 조각들이 하나하나 일어나 제 자리를 찾는데 나 혼자 올라가지 못한 건 아닐까. 내가 가진 그림이 너무 형편없어서 저 멋진 그림에 나 하나쯤 필요 없는 것일까. 어쩌면 나와 맞는 조각이 아무도 없어서 골칫거리 조각으로 남아버리는 건 아닐까.


하지만 사실은, 퍼즐 조각 하나만 없어도 그림은 완성될 수 없다는 것. 언젠가 그게 맨 끝이어도 난 맞춰질 거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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