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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초록 Feb 25. 2021

물방울

20년 11월 08일 작성

푹 파인 구멍에 고인 빗물이
넘치지 않고 웅덩이를 만들어

모이고 모여 하나가 되는 방울들이
그래 다 닮았던거야

때 아닌 소나기에 길을 찾아 떠난
동글한 방울들은 어색함에


.

.

.

.
세게 땅을 향해

누군가는 길 위에 올라
누군가의 길 위에 올라

누군가는 발 앞에 내려
누군가의 발 아래 밟혀

닮은 두 방울
사실 달랐던거야

토독

토도독

부딪혀 수많은 방울의 소리가
사실 다 달랐던거야

우산 타고 흘러 떨어져
내리막 타고 모여 만든 웅덩이

방울 하나 하나가
어색한 만남에 얼굴을 붉히고

그치지 않는 새 친구와
예기치 못한 새 만남과
달갑지 않은 새 흐름에
몸을 맡길 수 밖에

똑같은 방울 소리에
잠 못 이루는 누군가는
문득 창을 바라보고

투명한 창 표면에
뿌옇게 맺힌 다른 한숨을
같은 물기로 알아 손으로 닦는거야

사실 다 달랐던 거야
무게감 없이 끝을 맞이한
청량한 소리와 차가운 손끝은

어디에 내리고 싶었던 걸까
같은 모양 다른 방울들은

그 가벼운 몸을 내리꽂으며
차가운 표정 하나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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