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폐경..어쩌다 나에게 이런 일이..
[조기폐경이라는 결과를 받기 전과 후, 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금씩 적어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변화의 시작점에 대한 기록입니다.]
세 아이 모두 자연분만했고 병원에서도 하루만에 퇴원하겠다고
(입원을 처음 해봤고 하루만 있어도 답답해서 나가고 싶었다) 말했다가
부모님들도 병원에서도 만류했었다.
산후조리원도 첫째 때 가봤다가 여기도 답답해서 하루만 지내고 다음날 나왔다.
시어머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몸에 큰 무리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왔다.
어릴 때부터 잔병 없이 건강하게 지내왔었고 건강에 대해 나름 자부심이 있어서
운동,체력 등 내몸 관리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랬던 내가 40대 초반 어느날부터 생리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생리주기도 일정치 않았다.
이때 당시엔 내가 몸이 좀 안좋은가보다,좀 신경써야겠다,매일 걷기하니까 다시 좋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며 마냥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만히 있는데도 더웠다.
이때가 여름이었고 집 안에서 에어컨을 켜두었는데도 덥더라.
낮에는 이래저래 견디고 넘어갔는데 밤에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몇 일 참다가 생리주기,생리량 등 이런 저런 걱정을 안고 산부인과로 향했고
의사는 내 증상을 듣고 갱년기이며 폐경이 의심된다며 피검사를 요청했다.
결과 받기 전 산부인과 선생님이랑 상담할 때 안그래도 속상하고 우울한데
산부인과 쌤이 '아직 40대 초반이신데' 라며 내게 했던 말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그래서 물었다. 원인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원인은 알수가 없단다. 유전이라는 말도 있지만 친정 엄마는 50대 후반에 폐경하셨다고 했다.
일주일 후 피검사 결과가 나왔다.
조기폐경이었다.
문자로 결과를 받고 순간 내 주변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예상은 했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우울했는데 더 우울해졌고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
원인은 다양하기도 하고 알기가 어렵다고 했지만 나는 알고 싶었다.
안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이렇듯 현실 부정은 다양한 신체 및 감정변화를 가져왔다.
막연한 불안,우울감,혼란스러움,자리합리화 등 감정변화와
소화불량,수면장애,피로감 등 신체변화로 하루하루가 너무 힘이 들었다.
그때 당시 유산소 홈트운동 영상 보며 나도 열심히 운동하면 나이들어도
날씬하게 살 수 있겠지? 상상하고 으싸으싸하며 기분 좋게 시작하려고 하던 때였는데
결과를 받고 다 소용없는 듯 느껴져 한동안 많이 우울했었다.
누군가와 대화하기도 어려운 주제라고 여기고 속앓이만 하다가
우울감을 산부인과 쌤께 말했더니 약 처방도 가능하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어릴 때부터 약 먹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약 처방은 좀더 지켜보고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이런 와중에도 산책은 매일 이어졌다.
공원에 가면 건강하신 분들도 많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 다니시고 휠체어를 타고 동반자와 함께 다니시는 분들도 보게 된다.
1만 걸음을 걷겠다는 목표도 필요 없고 그냥 공원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된다.
내 나이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또 비교하고 이렇게 내 생각에 매몰되면
안그래도 힘도 없고 우울한데 주변을 둘러볼 엄두도 안난다.
산책은 시간이 흘러가며 매몰되어 가던 나를 끄집어 내어 주었다.
산책은 운동의 영역에도 속하지만 정신 건강에도 이로운 활동임을 알게 되었고
우울감,스트레스 등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집중하기보다
매일 산책 다니며 건강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는 듯한 나무와 흙,풀 등 자연을 보며 위로 받고 힘을 얻게 된다.
조기폐경 덕분에 산책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고
조기폐경으로 호르몬제를 먹게 되면서 덕분에 체중 조절 및 및 근력 운동에 진심이 되어 갔으며
조기폐경 덕분에 건강하게 사는 삶,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삶을 위해 살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