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미안, 사실은 나한테 화내는 거야

by Light of Life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면,
늘 찜찜한 마음이 남았다.

돌이켜보니, 그 화는
사실 내 안에 쌓인 감정을 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따라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크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아도 엄하게 질책한 뒤,
아이가 조용히 말한다.

“엄마, 화내지 마.”

그 말을 들으면 순간적으로 민망하고, 마음이 찌릿해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작 그리 화낼 일도 아닌 경우가 많다.

피곤하고 지친 하루,
그 감정들이 쌓여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에
불쑥 표출될 때가 있다.


특히 요즘
아이를 가장 자주 혼내는 건 이런 상황이다.

여러 번 말했는데도 하지 않을 때

못 들은 척 하거나

“잠깐만~” 하고 시간을 끌 때

하지 말라고 한 행동을 눈치 보며 계속할 때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말을 안 듣는다’는 모습들.


그런데 불현듯,
그 모습이 아이가 아닌
내 모습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
내가 너무 피곤한데 아이가 계속 부를 때
“응, 잠깐만~” 하며 미룬 적이 많다.

영어를 다시 배워야지 하고 등록한 인터넷 강의는
학습 기간이 끝날 때까지 몇 번 접속도 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올해는 꼭 독서를 할 거야.”
다짐하며 사둔 책들엔 어느새 먼지가 쌓여 있다.

요즘은 은퇴 후를 틈틈이 준비하자며
검색만 하다 흐지부지 끝내버리기 일쑤다.


그렇게 미루는 게 익숙해진 내 모습,
반복되고, 반성만 하며 제자리인 모습이
아이의 행동에서 비춰져 보였고,
그래서 더 불편하고,
그래서 더 화가 났던 건 아닐까.


결국,
나는 아이에게 화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화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시작한 브런치 글쓰기는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일을
큰맘 먹고 시작한 나의 작은 도전이다.

아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쓰고 있는 이 시간이
그나마 나를
조금 덜 미워하게 해준다.



#자아성찰 #육아에세이 #감정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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