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기적이라는 말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by Light of Life

이 이야기는, 한겨울 미국의 외딴 도로에서 갑자기 멈춰버린 시간에서 비롯되었다.

생의 경계에서 간신히 돌아온 나는, 그날 이후로 많은 것을 잃고 또 새로 배우게 되었다.

이 글은 20대의 내가 겪었던 사고 이후, 회복의 시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 기억들, 그리고 변화된 나의 삶을

마흔을 앞두고 조용히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퇴원 후 처음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나는 한동안 거의 걷지 못했기에, 지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아 병원의 긴 복도를 천천히 건넜다. 손등 위로 창문 밖의 햇빛이 묻어왔다. 따뜻했지만, 아직 내 몸은 추위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미국 남부의 대학병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인이었기에, 동양인 소녀의 휠체어는 조금 눈에 띄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망가진 얼굴 때문이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모자를 조금 더 눌러썼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You are a miracle girl.”

처음 헬기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들어오던 내 모습을 본 사람들이기에, 나의 회복이 놀랍기만 한 모양이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였다. “I think so.”라고 겉으로는 말했지만 그 때는 그것이 꼭 기적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너무 많은 것들이 부서져 있었고, 나는 여전히 낯선 얼굴을 가진 채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사람들은 모두 나를 보며 말했다. “넌 운이 좋아.” “넌 살아남았잖아.” “기적이야.”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마음이 녹았다.

언어라는 건 참 묘하다.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새 그말이 마음의 표면에 스며들어 굳어진다. 나도 모르게 믿게 된다.

그래, 어떻게든 나는 살아냈고, 지금은 이만큼 회복했고, 아마도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