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이 이야기는, 한겨울 미국의 외딴 도로에서 갑자기 멈춰버린 시간에서 비롯되었다.
생의 경계에서 간신히 돌아온 나는, 그날 이후로 많은 것을 잃고 또 새로 배우게 되었다.
이 글은 20대의 내가 겪었던 사고 이후, 회복의 시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 기억들, 그리고 변화된 나의 삶을
마흔을 앞두고 조용히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머리카락이 엉켜있었다. 사고 직후 피와 약물, 붕대와 침대의 열기에 뒤엉킨 채, 그것은 두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샴푸와 린스로 나는 조심스레 두피를 문지르며 그 엉킨 무언가를 풀어보려 애썼지만, 단단하게 굳은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 나를 도와주던 지인이 조심스레 말하며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작은 마당이 있는 조용한 집이었다. 나는 아직 턱과 잇몸이 회복되지 않아 씹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그분은 아이스크림을 녹여 부드러운 쉐이크를 만들어주셨다. 그날의 단맛은 잊을 수가 없다. 몇 달 만에 느껴보는 단맛, 좋은 기운도 함께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밤이 되자, 나는 도움을 받아 머리를 잘랐다. 엉킨 채 남아있던 피딱지는 가위질과 함께 조금씩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다듬어진 나의 머리를 거울 속에서 바라보며 나는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단정해진 머리카락 사이로 나의 이마와 눈썹, 귀와 목이 다시 드러났다.무너졌던 얼굴 위에 조금은 질서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조용히, 오래 잠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