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by 풀빛

긴 여정 끝에

결국 바다 앞에 선다.


오랜 시간 발목에 채워졌던

무거운

족쇄가 없다.


아주 많은 시간

내 발목에 채워진 족쇄

내 몸의 일부인 줄 알았던, 차갑고, 무겁고, 단단한.


바다의 파도 소리를 따라

나는 걷고 걷고 걸었다.

족쇄에 쓸린 피부에서 피가 나고

진물이 나서야 알았다.

그건

내 몸의 일부가 아니었단 걸.

그리고 내 힘으로 끊고 버릴 수 있다는 걸.


바다 앞,

내 발목엔 이제 아무 것도 없고,

예쁜 복사뼈만 가지런히

지느러미처럼 헤엄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디로든 헤엄쳐 가보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이 지느러미로

자유로이 그 어디든.


낯선 가벼움을

벅차게 가득 안고

풍덩 바다로 몸을 던진다.

무중력의 우주 같은 바다 속에서

나는 가볍게 다리를 흔들어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