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사 May 23. 2022

7 유형의 전지함 모방, 설명하는 사람

 머리형이 힘을 아끼는 방법Ⅱ

설명하는 사람
물러나지도 밀착하지도 않기


어떤 이들은 눈에 띄게 활달하고, 또 어떤 이들은 말수가 적고 내향적이지만 각자의 성격이 어떻든지 7유형은 대체로 호기심이 많으며 흥미로운 사람이나 학문, 활동, 프로젝트 등 관심사에 주저 없이 접근하며 열중한다. 관심사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포함하여 세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 가지 관점, 한 타입의 사람, 단 하나의 선택지에 묶여있기보다는 다채롭고 자유롭다는 인상을 준다. 이들이 겁이 없다거나 조심스럽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며 불안을 머리에너지로 방어하는 머리형인 것 치고는 행동력이 있고, 초연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는 의미다.


7유형은 불안을 방어하기 위해 전지함 모방을 전략으로 택했으면서도 이 전략의 불충분함을 내면 어딘가에서 지속적으로 느낀다.(1, 4, 7 유형은 각 에너지 그룹의 핵심 전략을 다소 소극적으로 취한다.)


7유형도 대상과 분리될 수 있다는 무의식적인 신념을 바탕으로 대상과 거리를 지만 그 방식은 5유형에 비해 간접적이다. 여기서의 대상이란 5유형과 마찬가지로 특정 상황, 사람들, 권위 체계, 물건, 자신의 감정, 충동, 욕망 등 삶의 거의 모든 것으로, 5유형이 일관되게 거리두기와 초연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7유형은 거리를 두되 조금씩은 맛보기로 선택한 것과 같다.


대상을 닥치는 대로 마주한다면 정답이 무엇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7유형의 근본적인 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관심 대상에 다가가되 그것을 아예 포기하거나 일부분 또는 겉핥기로 취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언제든 철수할 수 있도록 마음  편의 공간을 닫아둔다. 그렇기에 흥미가 식으면 다른 관심사로 빠르게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물론 그들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매혹된 것들에는 오래도록 머문다.)


그들은 한쪽 다리만 걸친 상태에서도 관심사에 대해 빨리 파악하고 이해한 바를 유창하게 설명함으로써 '나는 알고 있다'라는 느낌을 얻음과 동시에 대상을 충분히 겪지 못해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공허감을 메운다.


마음을 온전히 주지 않고도 대상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관심사를 향한 들의 열정이 상상에서 일어나는 흥분일 때가 많고('저기에 인생의 오아시스가 되어줄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아'라는 기대감) 이 상상은 불안을 만들어내는 머리에너지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불안을 자극하지 않고 흥분을 충족할 정도로만 대상을 만나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7유형의 '전지함 모방'의 또 다른 사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현재 또는 바로 앞 순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있다. 몹시 가슴 아파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상태에 대해 면밀히 설명하는 것, 자신이 왜 연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유려하게 설명하는 것, 마음이 불편해지는 심상들의 실체를 이론적으로 파악하고 설파하는 것 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멀어지며, 심지어는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예상 및 예측에 몰두하거나 자신이 욕망하는 대로 상황을 직접 유도하면서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는 과정을 중계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멀어진다.


정리하자면 '설명하는 사람'이란, 들이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대상과도 거리를 둔 채 파악하려고 하며, 파악한 바를 언어로 발설함으로써 자신이 충분히 알고 있다는 느낌을 강화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는 왕성한 머리에너지가 동반되므로 7유형은 결국 자신의 본능과 정서로부터 한 발짝 더 멀어지게 되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초연한 사람(5)과 설명하는 사람(7)
공통점과 차이점


5유형과 7유형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사람처럼 수많은 정보를 탐식한다. 정보를 모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로도 생각해본다. 그리고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을 가려내려고 한다.


그러나 두 유형머리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차이점이 있다. 관심 영역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5유형은 계속해서 정보를 모으며 지식체계와 이론을 내적으로 정립하지만 그것을 좀처럼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다. 반면 7유형도 계속해서 정보를 모으고 지적인 세계를 구축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언어나 표현 방식으로 정보를 재생산해서 세상에 전파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세상이란 믿을 수 있는 지인, SNS 방문자,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 등 각자의 활동 무대에 해당하는 크고 작은 사회를 의미한다.    


그들의 전지함 모방은 가장 대표적으로는 그들이 일상에서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과 어떤 화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알아차릴 수 있다. 보통 대상에 대해서 5유형은 단 몇 마디로 간결하게, 7유형은 할 수 있는 만큼 유창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간다. 그럴 때에 그들의 이야기에는 어떤 권위 있는 이론, 자신이 그럴듯하다고 인정한 가설, 인과에 대한 완벽한 논리, 핵심을 찌르는 가장 적절한 단어들, 기지와 재치가 느껴지는 표현력 등이 활용된다.


대상이 조직이 당면한 어떤 상황이라면,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진 관조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이해한 바를 나열할 수도 있고, 자신과 그 상황 사이에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경우에도 사심 없는 듯이 담백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자신이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확신도 포함돼있다.


이처럼 예리하고 정확한 언어를 활용해 본인의 생각을 밝힘으로써 자신이 대상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알고 있다'라는 느낌은 자신과 대상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대상에 의해 자신이 사정없이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준다. 이는 무의식적인 작용으로, 그것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그들은 필요하다면 자기 자신의 아프고 어두운 정신적 상태, 내밀한 감정에 대해서도 유창하게 설명한다. 감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며 감정에 의해 자신이 파괴될 것만 같은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다른 유형들도 때로는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만 5유형과 7유형은 삶의 많은 장면에서 비교적 일관적으로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6유형도 그렇다.)


열이면 열 각자의 말하기 방식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는 그들의 잘 정돈된 말에서 왠지 모르게 혈기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수 있다. 이를테면 말없이 눈물 흘리는 사람을 보는 것과 자신이 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는 사람을 보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상대방이 말로 전하지 않아도 그의 젖은 듯한 눈빛이나 축 처진 어깨를 보고도 그가 슬픔 속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조리 있게 설명하는 동안에는 청자는 느낌으로 전해지는 정서보다는 그가 말하는 슬픔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초점이 갈 것이고, 은연중에 그와 그의 감정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리를 느낄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이전 04화 5유형의 전지함 모방, 초연한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