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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사 May 23. 2022

6유형의 전지함 모방, 믿는 사람

머리형이 힘을 아끼는 방법Ⅲ

믿는 사람
의심이 두려워 확신하기


6유형은 머리형의 중심 유형으로서 5유형, 7유형과는 다소 다른 전략을 가졌다. 6유형도 강한 분별 욕구를 갖고 있고 정확한 언어에 의존하지만, 그들의 핵심은 불안과 두려움이 많아서 그것을 애초에 느끼지 않도록 방어책을 만드는 것에 있다.


이 방어책에는 믿을 만한 것을 찾아내 믿어버리고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포함된다. 의심을 하게 되는 순간은 깊이 감춰둔 두려움을 직면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의심하지 않음으로써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믿음이 완성된다. 이것이 6유형의 전지함 모방이다. 마치 가슴형의 중심 유형인 3유형이 사랑에 대한 욕구를 지워버림으로써 가장 사랑받고 인정받는 존재가 되고자 함과 같다.


그들은 [확신하는 무언가를 가졌으므로 더는 의심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무의식적으로 꽉 잡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은 분명할 때가 많고 관심 분야에 대해서는 굉장히 탄탄하고 조밀한 체계를 갖고 있으며 그 때문에 설명도 상당히 명료하게 잘한다.


6유형에게 확신을 주는 것들에는 그들이 지적으로 납득한 것 외에도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슬로건이나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관 등 당연시되는 것들이 포함된다.


그것이 무엇이든 확신하는 느낌이 없이 닥치는 대로 대상에 맞서는 것은 불안한 일이므로,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정당화해줄 있는 삶의 철학이나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화법도 잘 사용한다. 이러한 화법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함이 아니라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에 가깝다.


입장이 분명하기에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한다.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 애매함을 스스로에게 허용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자, 안다고 말하면 그에 대한 책임이 생기기 때문에 나름대로 양심적인 선택이면서도 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낯선 영역을 접하거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에는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며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주제이며, 그에 대해 진정으로 옳다는 결론을 내리면 자신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적극 표현할 수도 있다. 확신을 원하고 의심이 두려운 그들에게는 자신이 특정 진영에 포함되는 데에서 오는 안정감과 잠재된 동조자로부터 얻는 지지가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6유형이 머리형의 중심으로서 '행동하는 지성'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면모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정보를 모으는 5유형과 끊임없이 정보를 재생산하는 7유형이 머리에너지에서 비롯한 독창적인 발상을 하면서도 골치 아픈 상황에 개입하지 않고 설명에 그치는 동안, 6유형은 갖고 있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아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5유형과 7유형이 아이디어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쉬이 받아들이지 않는 6유형이 무엇인가에 대해 골몰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결론을 맺고 그것을 자신이 실질적으로 의지할 철학으로 삼으려는 욕구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6유형은 확신을 추구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이 진정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불안을 종종 느낀다. 그래서 재정, 평판, 커리어 등 현실적인 부분을 착실하게 관리해두는 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필요가 없다는 입장일 때는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된 분명한 근거와 대비책을 갖고 있다.


눈에 보이는 영역은 예방책과 대응책을 구하기가 쉬운 편이지만 옳고 그름에 관한 믿음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괴로움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지함 모방 전략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곧 또 다른 믿음을 가지게 되고 그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집착하는 역할인 '믿는 사람'이다.


3유형이 핵심욕구인 사랑과 연결에 대한 욕구보다 성취와 귀감다운 이미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그들은 믿음의 내용보다도 믿음 그 자체가 더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머리형의 전지함 모방에 대해 마치며


머리에너지가 가져다주는 불안이란, 세상이 편안히 두고 볼 수 없는 혼란스러운 곳으로 느껴지는 것, 맞는 것과 틀린 것이 존재하고 정확한 것과 부정확한 것이 존재한다고 느껴지는 것, 모르는 상태와 틀린 상태가 잘못된 것으로 느껴지는 것, 모든 흐름에 원인-결과 쌍 같은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 등이다. 느껴진다는 차원보다도 이미 그렇게 전제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러한 불안을 드러내는 태도 예시를 더 들어본다.


어떤 현상을 보면 그 근거에 바로 관심이 향한다.

A가 아니라면 단지 A가 아닌 것일 뿐일까 B라는 뜻일까를 생각한다.

A와 A'는 무엇이 얼마만큼 다른가를 생각한다. 또는 차이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B는 A와 C 중 무엇에 더 가까운지를 생각한다.

A 다음에 B라면 그다음에는 무엇이 올지 빠르게 예상된다.

편한 사람과 대화할 때 안다, 모른다, 이해했다, 이해가 안 된다는 느낌이 자주 떠오른다.

떠오르는 심상 또는 내면에 차 있는 감정의 정체를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규정하고 있다. 정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정이면 '정체나 원인을 모르겠다'라고 개념화한다.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단어가 있을 것만 같아 골똘히 생각한다. 또는 순식간에 떠올라도 그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진실되고 정확하고 가장 핵심적인, 전체를 관통하는 것을 찾아내고 있다.


물론 장형이나 가슴형도 이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장, 가슴, 머리에너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한다. 모든 인간이 불안을 분쇄하기 위해 현상을 있는 그대로 접하지 않고 끊임없이 분석과 고찰의 대상으로 두고 바라본다. 머리형은 조금 더 그런 경향이 강한 사람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머리에너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5유형, 6유형, 7유형은 사고 활동에 더욱 깊이 빠져있어 많은 삶의 현장에서 본능이나 감정에 깊이 접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박차고 나가야 할 때 머뭇거린다든지, 사안의 심각성을 합리화하여 축소 또는 과장하든지,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지 않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빠져들거나 상상이나 분석에 몰두하는 것들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닿지 않는 그들을 지적이라거나 유식하다고 칭찬하거나 시크하거나 쿨하다고 추켜세울 수 있다. 삶에서 뼈아픈 경험이 그다지 없었거나(실제로 사건이 없었다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뼈아프게 느낄 만한 사건이 없었다거나) 상황에 깊이 관여하지 않고 지적 탱크 역할만 해도 충분했던 삶이었다거나, 그것이 자신의 무기이자 바보 같은 타인들과 차별화되는 매력포인트라고 확신한 계기가 있었다면 그러한 자기이미지가 더욱 강화되고 해당 역할에 더욱더 집착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때로는 그들이 몸을 사리며 뒤로 한 발 물러 나있는 것에 대해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머리형이 택한 생존 방식이라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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