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형
모든 것을 안다면 나는 괜찮다
인간 본연의 '무엇이 정답인가' 하는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앎'을 추구하는 것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여기서의 앎이란 특정 분야의 지식 학습이 아니라, A와 A'가 다름을 알아차리고 진리를 가려내는 분별 의식(이성)을 의미한다. 가령 '그것은 빨갛다기보다는 불그스름하다'와 같이 세상을 보다 정확하고 알맞게 인식하려는 욕구이다.
이러한 욕구에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해 정확하고 분명하며 이치에 맞게 분별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감과 그것을 달성하지 못할 것만 같은 무력감, 혼란감이 내재되어있다.
위와 같은 모습은 머리형에게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머리형이 의문 제기와 해답 주고받기를 아무리 반복해도 여전히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며, 알면 알수록 오히려 새로운 불안이 고개를 든다. 이 불안이 '탐구욕'이나 '비판의식'의 얼굴로 나타나면 박학다식한 지식인이자 비평가로서의 역할을 즐기거나 잘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최대한 힘과 자원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실체에 가깝게 경험하려는 욕구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아주 뛰어나지만 그 앎을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소심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렇게 끝없이 앎을 채움으로써 불안을 가리는 것이 바로 머리형들의 생존 전략인 '전지(全知)함 모방'이다.
5유형은 모든 것을 알려하고, 그 앎을 통해 초연해지는 전략. 집착하는 역할은 초연한 사람.
7유형은 모든 것을 알려하고, 그것들을 설명하는 전략. 집착하는 역할은 설명하는 사람.
6유형은 의심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아는 상태를 유지하는 전략. 집착하는 역할은 믿는 사람.
초연한 사람
대상과 분리될 수 있다는 믿음
5유형은 아홉 유형 중에서 가장 일관되게 내향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내향성은 적은 말수, 비사교성, 개인적인 삶에 대한 지향 등에서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쉽사리 흥분하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편이며, 활력적이기보다는 차분한 인상을 가졌다.
이러한 특성은 본질적으로는 그들이 대상과 멀어져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5유형은 머리형 중에서 전지함을 모방하는 전략과 가장 많이 일체화된 사람들로서 대상과 분리될 수 있다는 일종의 무의식적 신념이 있으며 실제로 대상과 물리적으로나 심정적으로 확연히 거리를 둔다.
5유형이 거리를 두는 대상은 특정 상황, 사람들, 권위 체계, 물건, 자신의 감정, 충동, 욕망 등 거의 모든 것으로서 '앎'만으로는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너무 깊이 관여하는 것은 대상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앎'의 방패가 없이 대상들에 맞서는 것은 너무나 큰 불안이므로 그들은 현실에 혈기 왕성하게 뛰어들지 않고 육체적이고 감정적인 자극(쾌락이나 고통)을 최소화하며 자신의 세계에 머물면서 그저 대상을 관찰하는 입장을 취할 때가 많다. 이것이 그들이 집착하는 '초연한 사람'의 역할이다.
화가 날만 할 때 화가 나고, 화가 나면 화를 내는 것은 어떤 이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5유형에게는 강한 감정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고 위험하게 느껴진다. 그들은 차라리 분노를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을 공부하거나 자신의 분노를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것으로 감정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본능적이고 정서적인 자신과는 한 발짝 더 멀어지게 된다.
5유형이 대상과 분리될 수 있는 것은 대상을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며, 이 정보들은 그들에게 불안을 막아주는 성벽과 같으므로 그들은 자신이 가진 정보들을 타인과 적극 소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