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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한보라 Oct 18. 2024

좋아하지 않지만 꼭 해야 하는 운동에 관한 이야기

필라테스 4년 차 운동(호소)인


살기 위해 하는 운동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살기 위해서 몸은 움직여줘야 하므로 억지로 억지로 찾은, 그나마 할 수 있는 운동이 필라테스/요가이다. 요가보다는 필라테스가 나에겐 더 잘 맞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요가를 하다 보면 너무 아파서 어딘가가 부러질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봤을 때 요가는 이미 어느 정도 몸이 정리되어 자유로운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다. 


필라테스를 19년 1년간, 21년에 마스크 쓰고서 8개월 정도, 22년 10개월 정도, 그리고 23년 6월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다. 현재 하는 필라테스는 기구를 활용하는 필라테스가 아니라, 요가원에서 하는 매트 필라테스(단체수업)이다. 요가원은 집이랑 가깝고 어쩐지 조금은 느슨한 수업이 맘에 들어 다행히, 생각보다 오래 다니고 있다. 


필라테스 경력으로 따지면 거의 4년 가까이 되지만, 절대 누구에게도 그렇게 오래 운동했음을 말하지 않는다. 몸이 유연하지 못하고 힘도 부족하기에 누군가 보고 '이게 4년을 필라테스 한 사람의 모습이냐'라고 놀릴까 봐 그렇다. 4년간 생긴 변화를 굳이 따지자면 동작을 할 때 무조건적인 아픔보다는 조금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코어 힘도 좀 생겼다고 믿고 싶다.  



운동하면 개운하잖아! (아니던데...)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운동이 가기가 싫어서 그렇지 하고 나면 완전 개운하잖아!' 하며 독려하는데 진심으로 나에게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다른 사람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라 일단 운동 시간 내내 땀과 싸우느라 힘들다. 어쩌면 평소에도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운동하면서까지 땀 흘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사우나고, 동남아 휴양지고 그냥 땀이 날 수 있는 장소들은 다 싫어한다) 땀이 많이 안 나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땀이 너무 나면 머릿속에서 습기들이 서로서로 모여서 큰 방울이 되어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마치 비가 내리기 전에 구름 속에 수분들이 모여 방울져 떨어지듯이 말이다. 안 그래도 더운데 뜨뜻한 물방울이 머릿속을 굴러다니는 게 느껴지는데, 동작하느라 닦지도 못하는 그 땀방울들은 진짜 나를 미치게 한다.  


운동하다 주변을 살펴보면 마르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탱크탑 입고 뽀송하게 동작을 하며 이너피스를 찾는 동안 나만 후두둑 땀방울이 어지러이 떨어진 매트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것 같다. 땀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떨어지진 않으니깐 안경으로도 떨어지고 눈으로도 떨어지고 그러면 안 그래도 따라가기 벅찬데 안경에 김이 서리거나 땀으로 인해 눈이 안 떠져 앞도 안 보인다. 수업 끝날 때쯤엔, 챙겨간 수건도 머리와 옷도 다 엉망진창이 되어 젖어있다. 난 머리숱도 적어서 머리가 젖으면 머릿속 하얀 속살이 다 보이는데, 집에 가는 내내 발가벗은 것 같은 창피함 또한 운동을 하면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필라테스라도 잘한다면 좀 멋지겠지만, 그렇지도 않으니 여러모로 찐따 같은 모습의 나를 견뎌내며 운동을 하는 건 개운함보단 고통에 가깝다.


수업의 3/4 정도 지점이 되면 마음속으로 '하나님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빌 때가 많다. 운동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아빠한테 '오늘도 하나님이랑 하이파이브하고 왔어' 하고 얘기할 때도 있다. 진짜로. 개운하게 나오는 날보다는 운동하다 죽을 것 같은 날들이 더 많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잖아 



요가원 내에 땀을 가장 많이 흘리는 회원이어도, 4년을 해도 좀처럼 유연해지지 않아도 내가 주 1회는 그곳에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해주고 있다. 실력을 자랑할 순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 자체는 인정해 줘야 앞으로도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할 테니깐.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운동을 한다. 


요가원에서 하는 수업들은 원래는 주 2회 클래스인데, 야근이다 약속이다 뭐다 해서 나는 그렇게는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회당 가격은 조금 더 나가지만, 좀 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사서 주 1회 겨우 겨우 나간다. 지속 불가능한 주 2회보다는 그래도 지속가능한 주 1회를 택했달까... 그렇게 하면 운동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알겠는데 '그래도 아예 안 한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붙이며 다닌다. 


그나마 미칠듯한 더위는 지나가 이제 요가원에서 나와 집에 갈 때 한번 더 땀 샤워를 하지 않을 수 있어 감사하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하나님과 하이파이브해서라도 이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찾아서 다행이다. 스스로를 설명할 때 가끔 "저질 체력 중엔 가장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할 때가 있다. 으뜸 저질체력자가 되기 위해서 어제도 운동을 다녀왔고, 앞으로도 갈 것 같다. 


5년쯤 되면 좀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렇게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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