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도 내가 마음대로 못하는데

세상 살아가는 게 어떻게 마음대로 되겠어

by 연한보라

최애의 콘서트를 다녀왔다. 무려 3일이나 진행되었던 대 장정에 본 무대 2시간 전에 하는 사운드체크는 물론, 참여할 수 있는 모든 이벤트들을 참여하고, 3일 내내 친구들과 뒤풀이까지 하고 나니 이번 한 주 시작이 거짓말 같이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작년 한 해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혼란스러웠던 마음과는 달리, 콘서트가 끝난 지금은 또 마음이 좋고 행복한 것이 어째 이 덕질은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전에 분홍색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듯한 덕질을 했었다면 지금은 꽤나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을 뚜벅뚜벅 걷는 현실의 덕질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나쁜 생각만 하냐 하면 그렇지는 않고, 이제는 안타까움과 자랑스러움, 애틋함과 미움, 지침과 사랑이 모두 섞여 있는, 진흙탕 마음으로 덕질하고 있다.


최애는 솔로를 해달라는 휀걸들의 말에 할 생각이 없다고, 어렵다고 계속해서 말해서 우리의 기대를 다 꺾어놓았다. 그래놓고 콘서트 솔로 무대는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부탁해서 받은 곡으로 기타까지 치면서 노래했다. 가사도 꼭 본인 같은 것으로 썼다. 작사는 작곡해 주신 분이 써주셨다 했지만 분명하게도, 최애가 쓴 가사를 참고해서 만들었을 곡이다.


처음으로 왜 사람들이 본인 최애가 솔로 하기를 바라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온전히 그의 것이 담긴 그 서툴고 예쁜 노래가 영원히 듣고 싶어 졌고, 다른 곡도 듣고 싶어 졌고, 혼자서 하는 무대가 계속 보고 싶어졌다. 그것을 준비하면서 긴장하고 기대하고 설레했던 모습들이 자꾸 다 겹치면서, 뭐가 됐든 해내는 모습을 영원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청산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다시금 불타오르고 기대하게 만든 그가 이제는 좀 밉다. 그러면서도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서 칭찬을 백 스물 다섯 가지쯤 해주고 싶다.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 하나도 마음대로 못 다스리면서,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길 바라다니, 어불성설이다.


기대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솔로는 안된다고 해놓고서 모든 가능성을 보여주는 건 대체 무슨 행동일까. 자신이 없는 것일 텐데, 이제는 책임을 져줬으면 싶기도 하다. 사랑하는데 어떻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머릿속은 이미 그의 솔로 행보가 어떻게 될지 혼자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만 실망하고 싶은 마음에 최애를 좋아하는 걸 그만두고 싶었는데, 자꾸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어렵다.


부담스러운 팬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어쩔 수 없는 일방향 마음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냥 내 위치가 이런 것임을 받아들인다. 부담이 되는 팬이 되어야지 어쩌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부담 주고 잘하라고 응원하고 잘하든 못하든 또 사랑하는 것뿐인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조용하게 지내서 탈덕한 줄 알았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공연을 보러 와서 최애의 노래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칭찬한다. 그래,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하나 차이점은 예전에는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티 내고 다녔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 나는 그가 그냥 다 티 내고 더 티 내고 더 기대하게 해줬음 좋겠다 그냥. 그래서 좋은 일들이 더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


사랑이란 왜 이렇게 어려울까, 마음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할까, 나는 왜 아직도 최애가 좋아서 힘들까. 26년이 되었는데도 많이 변하지 않은 사랑의 마음이 한 편으로는 좋고 다른 편으로는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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