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가 날 알아보는 것 같다
최애를 좋아한 지는 만으로도 4년이 넘었다. 그동안 열심히 성실히 그를 보러 다니긴 했지만, 솔직히 가까운 데서 자주 보지는 못했고 팬사인회도 가긴 했지만 사이사이 텀이 길어서 (대략 연 1회 최대 2회 정도 가봤음..) 기억에 남는 팬이 되는 건 어려웠다.
애당초 덕질의 목표 자체가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아니었다. 그냥 내가 전하는 사랑이 어떠한 형태로든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열심히 쓰고, 찍고, 편집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굳이 '나'라는 사람을 알리고 싶다기보다는 '그'라는 사람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목적이 더 컸고, 그렇게 어느 정도 그를 알리는데 이바지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곤 했었다.
때론 사람들이 '덕분에 00 이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고마워요 쌤의 다정한 시선으로 00 이를 보게 됐어요' 하고 연락이 올 때 감사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어쨋든간에 내 아이돌이 유명해지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니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몰라도 그게 충분하지는 않았나 보다.
계기가 있기도 하다. 이번 연도에는 그의 연애로 인해 온 판이 뒤집어지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팬으로서 어떠한 보상이 더 필요했던 걸 수도 있고, 그 난리통에서 '그'를 세상에 알리는 일이 그렇게까지 효과적이지 않아서 쓸쓸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이제는 장기간을 좋아했으니 나도 모르게 새로운 바람이 생겼던 걸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군백기도, 연애의 난리도 다 견뎌낸 팬으로 이제는 그런 걸 바랄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스스로 이유를 만들었던 걸지도.
지난 9월에 한 번 영상통화를 했을 때, 꽤나 자주 봐왔기 때문에 나를 기억해주지 않을까 바라며 응모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몰라보는 것 같았고 그런 모습에 현타가 온 것도 사실이다. 너무나 사랑해서 책도 쓰고 군대도 기다리고, 그래도 팬싸도 몇 번 가보고, 영통도 하고, 갈 수 있는 모든 행사는 갔는데(산 넘고 물 건너 웬만한 기회는 다 노렸는데) 아직도 최애의 눈에는 들지 못했구나 싶어서 많이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속상하기도 했고, 지난 4년이 무슨 의미였을까 많이 돌아보기도 했는데 사실 최애가 날 알아보고 말고 상관없이 충분히 힘이 되고, 재밌는 추억들이었고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어서 '그래.. 이쯤에서 마무리 짓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면서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덕후 생활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아직도 최애가 너무 좋아서, 영상이 나오면 챙겨보고 잘라서 편집해서 올리기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계속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갑자기 뜬금없이 팬사인회를 재개했을 때 (9월 발매된 앨범 팬싸를 12월까지 하는 중이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응모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신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냥 떨어지면 앨범 판매량에 도움을 주고 아니면 한 번 더(마지막으로) 얘기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멤버들과는 한 번도 대화를 해본 적 없으니 대면으로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응모했다.
기적적으로, 응모했던 개인 영통 팬싸와 대면 팬싸가 모두 당첨되어서 계획에도 없던 만남을 진행하고 온 게 지난달 말이다. 다녀온 이후 소감? 다시 천년의 사랑을 약속한 것 같다. (진짜 미련하기도 하여라~) ㅜ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벗어나고 싶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애가 "1달 동안 잘 지냈어요?" 하고 물어보자마자, 서운했던 마음이 다 사르르 녹아서 그냥 신난 휀걸이 되어서 혼자 사랑을 다짐하고...
친구들과 함께 있었고, 바빴던 날이라 당시에는 감정을 잘 추슬렀는데 다 놀고 밤에 집에 혼자 오는 지하철에서 정말로 펑펑 울었다. 그토록 원했던 말을 들어서일까, 나를 드디어 알아봐 줘서 기뻐서일까, 아님 혼자서 고생한 시간들이 안타까워서일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냥 그가 알아봐 줘서 너무 좋았다. 기쁨의 눈물에 가깝긴 했다.
영통으로 나를 알아본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다음 날 대면에서는 더욱더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최애한테만 주접을 못 떠는 바보 찐따는 다른 멤버들에게는 사랑한다고도, 고맙다고도, 너무 잘생겼다고 난리 난리 부르스를 치다가 와서 솔직히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팬사인회장의 텃세와 어색한 공기를 빼고 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아니 근데 심지어 최애가 아닌 친구도 내 얼굴이 낯익다고 했는데!!! 진짜 너무했어 갑분 화내기 ㅋㅋㅋㅋㅋㅋㅋㅋ)
최애에게는 덕분에 이런 멤버들도 좋아하게 되고 좋은 친구도 사귀게 되어서 고맙다고 했을 때, 정말 진지하게 두 손 잡고 (네가) 좋은 사람이라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거지, 내가 한 게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그걸 그렇게까지 강조할 이유는 없는데, 힘주어 얘기하는 거 보면 본인이 그런 걸로 공을 별로 받고 싶진 않은가 보다 ㅜㅜㅋㅋㅋ 그러면 그러세요 네... 했다.
이후에 12월에 콘서트 영화가 나와서 무대인사를 갔을 때, 운 좋게 앞자리를 얻어서 최애가 보이는 곳에 있었는데 인사를 했더니 보고서 인사해 주는 게 '이제 진짜 나를 알아보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좋았다. '아.. 이래서 최애가 알아보는 팬들은 더 좋긴 하겠다'는 것을 이제 와서 깨닫는다. 그리고 또 더 욕심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쯤이면 되지 않았나 싶은 마음도 든다. 미션 퀘스트를 완성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애시당초 있었던 미션은 아니었지만 여튼간에 알아보지 못해 서운함을 느꼈던 부분도 이제 해결이 된 기분이다. 물론 아직도 너무 좋아서 맨날 뭐가 올라오는 거 실시간으로 다 달리고, 코멘트 달고 참여하고 난리지만 한 편으로는 조금 더 느슨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결국에는, 그가 열심히 다시 활동해서 어떠한 궤도에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직도 치유 중이고 회복 중이고, 만회하는 중인데 그래도 내년이 되면 그도 다시 활기를 찾고 열심히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커리어도 엉망진창이면서 최애의 커리어에 관심이 그렇게도 많다. 그리고 그가 다시 그렇게 궤도에 올랐을 때는 내가 다시 닿을 수 없는 거리까지 멀어지면 조용히 잊혀져도 상관이 없을 것 같긴 하다.
이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것 자체는 감사하다. 앞으로도 나는 미친 휀걸로의 사명을 다하겠지만, 애절하고 안타깝고 간절하고 슬픈 일들은 많이 없었으면 좋겠다. 감사하고 기쁘고 즐거운 감정을 더 많이 겪고 싶다. 2026년도는 그런 덕질을 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