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로 했다
덕질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한 것은 "정보 수집"이다. 덕후란 모름지기, 수집가라고 생각한다. 우표를 모으는 사람이 우표 덕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보고 피규어를 모으면 피규어 덕후, 그리고 아이돌의 사진과 영상을 직접 찍거나 모으고, 그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며, 굿즈를 모으는 사람들이 아이돌 덕후가 아닐까 생각한다.
끊임없이 사랑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정보가 필요하다. 사랑의 모습은 아이돌을 좋아하든, 실제 사람을 좋아하든 비슷해서 그들이 뭘 하고 있고 뭘 먹고 있고 뭘 입고 있는지가 그냥 궁금하다.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가 궁금한 것에 더 나아가서 왜 그런 걸 좋아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의 흐름을 찾아내는게 재밌었다.
이번 상담을 받으면서는 내가 생각이 많고(=걱정이 많고) 버림당할까봐 두려움이 있음을 깨달았다. 지난 번 상담 이후로 추가적으로 알게 된 것은 부모님이 아니라 바로 밑의 여동생에게 애착을 형성한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동생을 지나칠 정도로 사랑하거나 의지하고 애틋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런데 그런걸 깨닫고 나니 불안한 나의 모습이라든지, 동생에게 너무 의지하는 나의 모습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 부분들이 사실은 모두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에 대한 시선이 조금 변했다.
스스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를 받아들여라', '그냥 그런 사람인 걸 어떡하겠냐', 는 말을 들을 때면 인정하고 그렇게 하고 싶다가도 그 답 자체가 너무 허무하게 다가올 때가 있었다.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가 안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런지를 알고 나니깐 받아들이는게 부쩍 쉬워졌다. '불안한데 이유가 있네', '두려웠을 때 이유가 있네' 거기다가 나아가서 '좀 불쌍하네...' 라는 생각까지 든 건 처음이다.
자기 연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렇게 이해가 되고 나니 스스로에게 박하게 굴었던 태도를 조금 거둬들였다는 것이다. 아이돌을 좋아할 때도 수 많은 정보를 쌓아놓고 나서야만 좋아하는 사람인데, 나를 좋아하기 위해서 쌓은 정보가 많이 부족했음을 깨닫는 지점이다. 그런걸 쌓을 여유가 없었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얼마나 중요한지도 몰랐고, 사실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에 대한 정보를 쌓고 나를 이해하고 그러고 나서 사랑하기 위해서 노력해보고 싶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나의 병인 줄 알았는데, 그런 병이 있는 것이라면 나를 사랑하는 데에도 시간을 기울여 보고 싶다. 생각보다, 재밌는 여정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