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올해 우리 팀의 새로운 인원을 채용하게 되었다. 우리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 그리고 나의 팀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지원 인원은 별로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당연히 소수의 인원만 지원했고 함께 일하기에 적합한 인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최선의 선택으로 직장생활과 어느 정도 잘 융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직업군인 출신의 친구를 선택하였고, 4월부터 10월까지 만 6개월이 넘는 시간 우리는 함께 하고 있다.
채용한 친구의 경우 내가 선택하긴 했으나 팀의, 회사의 업무, 그리고 여태까지 근무했던 직장과의 일은 전혀 관계없는 친구였다. 다른 지원자들도 마찬가지였기에 직업 군인 출신이라 조직생활에 잘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함께 일을 하기로 선택했다.
불행하게도, 나의 기대와는 달리 처음부터 많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장교 출신이라 조직생활을 잘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직업군인시절 GOP에서 경계근무에 대한 관리자 역할을 제한적으로 했었던 친구였다. 회사나 조직에서 어느 정도 요구되는 보고서 업무, 주어진 업무에 대한 단계별 학습/행동 등은 심각할 정도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군인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운동능력이 없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사내 동호회를 통한 회사 사람들과 관계적인 부분의 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신규 채용한 친구는 타인과 어울리거나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전공과는 맞지 않았고, 기존에 쌓아온 경력도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장교 출신으로서 주어지는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단정 지었던 나의 오만이었다.
몇 가지 업무지시와 그의 실행을 지켜봤지만 클로징은커녕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방법을 알려주었다. 방향성을 알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결과 값을 가지고 온다. 실시간으로 커지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강압적으로 다그치기도 해 봤고 어떤 방법을 하나씩 차근차근 알려주기도 했다. 따라오지 못한다.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큰소리도 내보고 있는 그대로 이행하지 못함에 대해 질책도 한다. 그러나 개선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있다. 해왔던 분야와 전혀 다른 곳에서 하나씩 수행하는 것도 매우 벅참을 이해한다. 나도 그랬다. 경력직이라고 들어오긴 했지만 생소한 것 투성이었던 현실에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하루하루 잔소리만 듣다 하루를 보낸 적도 많았고 몸과 마음은 이미 상처 투성이었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결여된 상태와 변화된 조직에 대한 적응이 어려웠다. 새롭게 함께 하기로 한 친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 지켜보고 내린 결론은 이 친구는 본인의 생각을 바꾸거나 새로운 것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같은 건으로 100번 가까이 얘기를 했다는 것은 결국 조직에서 요구하는 내용과 본인이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며 지시하는 부분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해를 못 한다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그 정도 얘기했으면 충분하다. 확신하는 것은 지금도 알려주고 지시한 상황을 하지 않고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누적이 되면 결국 해당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재 정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분도 함께하는 시간 동안 누적된 것이다.
조직에서 이러한 다양함을 인정해야 하는 부분인가? 여기서 나의 딜레마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회사를 벗어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는 조직이고 회사이다. 회사란 추구하는 지향점이 하나로 수렴한다. 이윤창출, 그리고 그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조에서 판매까지 프로세스를 고민하고 절차를 수립/수정하고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도 좋은 것이나 그것을 인정함으로써 추구하는 지향점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조직에서는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답답함에 더욱 다그치는 나의 모습을 보였으나 앞으로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가 경험하고 이겨낸 것을 주입하지 말고 현재 그가 가진 능력을 인정하기로 했다. 조직과 맞지 않는 현재의 모습은 본인의 능력임을 인정해야 한다. 나도 인정해야 한다. 부족하면서도 채용한 나의 과오를 반성하고 바뀌지 않는 직원에 대해 냉철하게 인사평가로 능력과 행동과 결과물을 결정해야 한다.
조금은 더 편안해졌다. 굳이 끌고 갈 생각을 계속 가지고 혼자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에게도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현재 나타내는 퍼포먼스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를 받아 스스로 개선하거나 인식을 전환하길 바란다.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함께하기 힘들다. 더 이상 소모전을 하지 않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만든 절차 내에서 잘 살아남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