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배워서 익힘
배우고 나서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못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다.
에스프레소 기계를 다루는 데 어설펐던 나는
반복되는 연습으로 에스프레소 추출 과정이 손에 익고 자연스러워졌다.
‘나도 할 수 있네?’라고 성취감을 느끼고 뿌듯해하니
다음 단계가 슬그머니 들어온다.
<우유 스팀&카푸치노>
처음 스팀을 배우는 단계에서 우유를 쓰면 우유 낭비가 심해서 스팀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물에 주방세제를 섞어서 연습을 한다. 물에 세제를 섞어서 스팀을 하는데 우유 스팀과 같아 보이는 게 참 신기하다.
‘우리나라에 바리스타 학원이 수도 없이 많을 텐데,
배우는 사람마다 이렇게 주방세제를 사용하면 환경은 어쩌지?’하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스팀은 나름의 규칙이 있어서 쉽게(약간 소질 있다고 칭찬을 들음!!) 배울 수 있는데,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섞은 후(안정화) 큰 원이나 하트를 그리는 게 정말 너무너무 어렵다.
카푸치노를 만드는 연습을 하면서 내 손이 내 마음과 같지 않아 스멀스멀 올라오는 좌절감이란...
유튜브를 잘 안 보는 내가 집에 와서 유튜브 검색을 한다.
'물로 안정화 연습하기' 영상을 보며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다음 날 학원에 가면 도로 아미타불~~
선생님께서 내 손과 잔을 잡고 함께 해주면 꼭 내가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 자신감이 생기다가도 손을 떼면 도로 아미타불~~
좌절감을 친구 삼아 연습, 또 연습.
시험 바로 전 전 시간에 드디어 카푸치노를 만들어 낸다.
내가 너무 대견해지는 순간이다.
하얀 면포가 갈색이 될 때까지 계속 흘리고 또 흘리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스스로 좌절감을 딛고 일어서야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카푸치노 하나 만들면서 꽤나 거창하군.)
누구도 대신해 주거나 도와줄 수 없이 나 스스로 해내야 하는 일들을 만날 때마다, 나 혼자 극복해야 할 감정들이 생길 때마다 고독 한 스푼을 툭 털어 넣는다.
'인생은 결국 외로운 거야. 혼자 오롯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수도 없이 많거든. 누가 옆에 있더라도 나눌 수 없는 것들이 있지.'
나눌 수 없는 건 그렇다 치고, 나눌 수 있는 것은 또 나눠야 제 맛이니까 내 성공의 기쁨을 같이 나누자고 짝꿍에게 전화를 건다. 자기 일처럼 무지 기뻐해주는 건 아니어도 했던 얘기를 하고 또 해도 들어준다. 살짝 기특하다고 생각해 주는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