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수업 첫날, 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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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간, 이론 수업과 실습을 시작한다.
선생님과 함께 교재를 읽으며 커피의 유래와 구조에 밑줄을 긋고, 에스프레소의 추출시간, 추출 양 등에 대해 배운다.
에스프레소 기계를 다루는 법을 시연하며 설명하는 걸
눈 부릅뜨고 귀 쫑긋 열어 보고 듣고는 있는데 다음 단계가 되면 앞 단계 생각이 안 난다.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옆에서는 1급 과정을 듣는 20대의 여학생이 라떼아트를 연습하고 있다. 에스프레소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며 하트를 그리는데, 위대하고도 위대해 보인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아줌마 둘이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용해 보기 시작한다.
1. 그라인더에서 커피 원두를 갈아 포터필터에 채우고 무게를 잰다.
2. 있는 힘껏 탬핑을 하고 에스프레소 기계의 버튼을 눌러 뜨거운 물을 3초 흘린다.
3. 원두를 가득 담은 포터필터를 끼운 후 버튼을 눌러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4. 추출 후 포터필터에 있는 원두를 버리고 포터필터와 추출구를 청소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줌마 둘이 꽤나 시끄럽다.
보고 들은 기억을 되살리며 단계, 단계를 주거니 받거니 말하고 확인하며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인가요!!!
첫 시간,
그렇게 서로 도와주면서 번갈아가며 몇 번의 연습을 한다.
중간중간 단계도 살짝 빼먹으며 느리게 실습하는 동안
난 기억력, 습득력이 예전 같지 못함을 느낀다.
세월의 흐름에 슬픈 것도 잠시,
반짝반짝한 에스프레소 기계를 내 손으로 다루며 신기했고,
원두를 갈 때의 향이 너무 좋았고,
내가 처음 내린 에스프레소는 사랑스러웠다.
보기에 사랑스러운 것과 별개로 에스프레소의 맛은 영~
살짝만 맛을 보았는데도 심장이 쿵쾅쿵쾅거린다.
그렇게 카페인에 약한 여자는 (꾸준~~히 돈이 드는) 커피의 세계에 입문한다.
확실히 뭘 배울 때 이론보다는 실습이 재밌다.
머리를 쓰는 것보다는 몸을 쓰는 게 더 즐거운 거니?
머리를 쓰다 보면 단순히 몸을 쓰는 일을 하고 싶고,
몸을 쓰는 일을 하다 보면 가만히 머리 쓰는 일을 하고 싶고,
이 간사한 마음을 어찌하리~
너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적당한 선 주위에서 밸런스를 맞추며 사는 삶을 꿈꾸지만, 아직은 낮은 레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