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트서퍼 Feb 25. 2022

바람이 불어오듯, 사람도 오고 갑니다.

나는 이곳에 서서 사랑하며 살 거에요.

이번주는 바야흐로 사람을 만난 주였다.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했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있기도 했다.

이렇게 sy언니와 집에서 육회비빔밥을 먹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지.

그날 새벽 할아버지가 영영 가실 줄은.

한 백 번은 간 것 같은데,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는 할머니 동네.

이렇게 고즈넉하고 평온한 느낌일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자주 가서 자주 나가볼걸 그랬다.

떠난 자리에는 이렇게 후회만 남는다.

무슨 먹거리 골목이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먹거리 골목이라기 보다는 한옥마을 같아 보였다.

낯설면서 안 낯선 그 느낌...뭔지 아는지

그 와중에도 p가 사진 찍어줬다.

길어보이게 나오려고 발 뻗은 것 맞다.

저 부츠 산지 얼마 안됐는데, 갑자기 세상에 봄이 찾아올 것 같아서

또 우리나라는 봄이 온 척 바로 여름이 오기 때문에 감가상각을 위해서는 얼른 신어줘야 한다.

그래서 이 이후로 맨날 신는다.

깔깔깔깔

육개장 먹기 싫다고 우겨서 들어간 투다리.

할머니 동네 투다리 사장님 이 세상에서 제일 친절한 사장님상 드리고 싶었다.

가고 싶었던 중국집 문 닫아서 간 거였는데,

밝은 형광등보다 어두운 투다리 주광색 조명 아래서 보내는 시간이 아주 좋았다.

p한테 우리 할아버지 얼마나 잘생겼었는지 자랑함.

이거는 꼬치 매니아이신 p님께서 시키심.

물론 나도 흡입.

모든 걸 마치고 아빠 차 타고 집에 돌아와서는, 너무 피곤해서 기절해 있으려고 했었는데

웬일인지 슈퍼 집순이인 내가 나가자고 우겨서 나들이를 나갔다.

집에 있어도 편하게 쉬는 느낌일 것 같지 않았고 그냥 다른 곳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어서 그랬나 싶다.

정리충에게 찾아오는 극한의 안정감

질서 없어보이는데 겁나 질서 있어.

여기서 이렇게 끓이던 음식이

왼쪽 아래에 있던 생선조림 같은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삼덕동 '동녘'

사장님 너무 바빠보이시는데도 허투루 하지 않고 힘들게 하나하나 다 제대로 해서 주셨다.

따뜻한 저녁 시간이었네

그러고는 삼덕동에 새로 생긴 카페에 갔다.

같은 건물 안에 몬도카츠랑 이름 모르겠는 아시아 면요리 파는 음식점 그리고 이 카페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데, 모두 새로 생긴 듯하다.

내부에 책이 많이 꽂혀 있었다.

출판사에서 차린 것 같더라.

나는 보자마자 저 선반장에 저 큰 포스터 언제 다 잘라서 붙였냐...꾸민 사람들 너무 힘들었겠다는 생각만 함.

그런데 의외로 커피가 너무 맛있었다.

산미가 약간은 있지만 향기도 좋고.

앉을 자리가 4자리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좋았다.

우리가 먼저 앉아 있었으니까~~~

p가 알아서 들어가보라고 해서 아바타마냥 찍은 사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원근법 적용

아주 과학적이야.

이 식당이야말로 동네에 새로 생긴 식당

low edition.

사장님 근데 뭐하시는 분이세요? 느낌이...가구 가격 합하면 내 연봉이랑 얼추 비슷할 것 같은데...

조명도 아르떼미드 쇼군만 길이별로 두 개 있고, 테이블에는 톨로메오도 있었음.

의자도 빈티지 같은데..식탁도 녹슨거 보면 빈티지가 아니면 말이 안된다.

위에 천장조명은 백퍼 (비싼)빈티지 같은데...에스텝도 아닌것 같고...저건 진짜 갖고 싶었다.

중요한 것은 음식이지.

음식 맛있다.

프렌치 토스트 매우 맛있다.

p가 파스타를 시켰는데 리조또가 나온 것 같았다고 한 메뉴

전복내장에 김부각 곁들여서 먹는 파스타였는데, 대박 맛있었음.

귀찮으니까 커피도 마시고 가기로 했음.

컵도 크로우캐년같은데...

좋다 좋아...

월요일엔 b와 단 둘이 즐기는 직급별 식사를 했다.

부장님들 없는 직급별 식사 못잃어...

아니 직급별 식사를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우리 직급끼리 친목 도모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시겠어요?

깔깔깔깔

회사 앞에 새로 생긴 요거트집 가려고 하다가 문 닫아서

여전히 맛있는 osteria mills왔다.

웨이팅 없어서 너무 좋다면서 행복했는데

우리가 앉자 마자 사람들 미친듯이 몰려옴.

따뜻한 물 마시고 차가운 콜라 번갈아 마시면 을매나 좋게요~

b로부터 받은 조의금으로 대접하려고 했기 때문에 시키고 싶은거 다 시키라고 했는데

결국 콜라만 추가로 시킴^^

내가 삼계탕 국수라고 부르는 메뉴ㅋㅋㅋ

애들이 이제 그렇게 말하면 다 알아듣는다

정식 이름은 닭목살 오일 스파게티니임.

강추다.

이거 보양식이야.

그리고 여전히 반복되는 11시 야근의 일상.

필라테스 안 다녔으면 못 견뎠을 것 같다.

목요일 저녁에는 교동 버미식당을 갔다.

전화번호도 없고, 간판도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식당밖에서 볼 때, 내부 사람들이 정겹게 먹고 있으면 들어가고 싶지 않나.

그래서 p랑 외출할 때마다 들어갔었는데 늘 예약 안하면 자리 없다고 하셔서 최근엔 항상 인스타 다이렉트로 예약하고 먹으러 간다.

식기도구, 맥주 모든 것이 다 셀프이고, 메뉴판도 딱히 없다.

그냥 따뜻한 국물요리 주세요, 이런 면요리 주세요, 이런 밥요리 주세요 하면 사장님이 있는 재료로 만들어서 주신다.

근데 머리에서 요리왕 비룡 미미 나오는 맛임 ^_^,,,

꽃게탕

말해 뭐해?

너무 맛있어

말해 뭐해? 대파까지 맛있어.

사장님이 진짜 괜찮겠냐고 배 안부르냐고 물어보셨는데

배가 한 개도 안찬다고 우겨서 시킨 알리오올리오

버섯+대파 삼겹살+마늘+ 오일파스타 조합 못잃어...

너무 맛있었다 감칠맛 원천 뭘까

치킨스톡을 들이 부어서 만들면 이렇게 될까?

술 대차게 마시고 sun이 찍어준 사진.

같은 도시에 직장을 가지고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해 못내 서운했었는데(물론 내 죄임), 오랜만에 보아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여전히 고민이 많고, 여전히 걱정은 더 많고.

부장님은 내가 과하게 그 연륜과 지식을 숭상할 때마다

본인은 아직 정신은 어린시절 그대로 머물러 있는데,

사람들이 자기를 그렇게 대하면 이질적이라 어쩔 줄 모르겠을 때가 많다고 하셨다.

나도 그렇겠구나 싶다.

시간이 지나 누군가가 나를 선배님, 누구님 이렇게 부르면...ㅎ

'아 무게잡는거 너무 힘들다'고 하면서 숨고 싶지 않을까?

그래도 나를 이렇게 다시 어린 시절로 돌이킬 수 있게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행운이다.


그리고 내일은 p가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