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간 그녀는 얼마나 '먹고만' 살았는가?
이 글에 등장하는 음식은 모두 제 배 안에 있습니다(아닌가? 있거나 없습니다).
네, 그래도 잘 살아있습니다.
많이 먹어도 안죽어요.
이 쌀국수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이 도시에 와서 먹은 베트남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음식인데,
국물은 뭉클하고 마늘은 새큼하며 거기에 고추를 넣어 먹으면 매콤하기까지하다.
유일한 단점은 이 쌀국수를 파는 식당이 직급별 식사가 있는 월요일에 열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식당이름은 pho thin.
퍼틴을 다 먹고 나면, p와 나는 당연한 듯이, 홀린 사람과도 같이 후후커피에 당도한다.
베트남 음식을 먹었으면 한국 사람답게 한국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크로플 한국 음식 맞지 않나요?
맛있으면 대부분 한국음식이던데...
뭐라구요? 크로와상을 와플기계에 누른 것 뿐이라구요?
그래도 한국음식이에요.
한국에서밖에 못봤어요.
(당당)
그리고 이렇게 크로플을 먹고 집에 돌아와 외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던 도중,
집 보일러가 고장났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전부터 뜨거운 물이 한 5분 정도 나오다가 이내 10분간 사정 없이 찬물만 나오고, 이윽고 기다리면 뜨거운 물이 다시 나오는 현상이 반복되곤 했었는데
그냥 방치했다.
왜냐? 귀.찮.으.니.까.
그동안 나는 관리실에 전화하기 보다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5분 내에 샤워를 해내는 방법을 택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지 않은가?
라고 하다가 점점 뜨거운 물 나오는 시간이 단축되다 못해 고작 1분 정도 뜨거운 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호다닥 귀뚜라미 보일러에 전화를 했다.
언제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냐는 아저씨의 물음에 나는 한 달은 된 것 같다고 대답했는데, 아저씨는 말이 없으셨다.
네, 그렇게 됐습니다. 한 달 정도 5분만에 샤워를 완수하는 퀘스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아저씨가 마침 또 같은 동 다른 호수에서 수리중이셔서 운이 좋았지...
좋았는데...
고치는 와중에 쉴새없이 걸려오는 p 회사의 전화 + 고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들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내가 참지 못하고 그새 p에게 짜증을 냈다.
보일러 고치는 비용도 p가 내줬는데 나는 짜증만 부렸다.
난 썩을 인간이다.
그래서 아지츠케 내가 사줬다.
아지츠케 가는 내내 나랑 p가 길거리에서 크게 다투는 바람에, 아마 행인들도 귀 꽤나 아팠을 것이다.
그 행인들께는 아지츠케를 사드리지 못했네요.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예.
무튼 p가 서치해 온 선술집인데,
오픈한지 얼마 안된 곳인 것 같았다.
숙성회가 맛있다고 해서 시켜보았는데,
결과는 굉장했다.
금요일 저녁에 p가 빵 사오겠다고 뭘 먹겠냐고 물어봐서 내가 고로케라고 노래를 불렀었는데,
결국 (빨래좀 널게) 서둘러서 와달라는 내 요청을 들어주느라 사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그걸로도 30분 정도 온갖 노래에 고로케를 넣어 부르면서 p를 약올렸기에 토요일에는 고로케도 시켜 먹었다.
이걸...먹기 위해서 짜증냈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사실 이게 제일 맛있었다.
크림 고로케.
대게 매니아 p님 메뉴
내 입맛엔 달더라
근데 게딱지에 밥이 아니라 파스타면을 비벼먹는 맛이라 극호인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내부 인테리어.
다른 사람들 얼굴이 안나오게 찍다 보면, 천장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옆 테이블 나서자마자 찍었는데, 뭐 무튼 이런 분위기다.
분위기 있게 찍어달라고 요구했다.
왜냐면 바람이 부니까...
코트가 흔들릴 때 찍으면 분위기가 있어지는 것 아닌가? (뻔뻔)
원래 술 먹으면 아이스크림 2차는 국룰인 것이다.
사운즈커피 가서 아이스크림에 커피 털어 먹었다.
스페셜 드립커피는 딸기맛 커피고(진짜임), 다크 드립커피만 내가 아는 진짜 커피였다.
당연히 내가 시킨 스페셜 드립커피는 p 줬다.
아무래도 p는 딸기를 좋아하니까...
토요일은 밤이 좋아
사람들은 옹기종기.
그러고는 p가 회사에서 명절 기념으로 받은 상품권을 쓰기 위해
재차 올리브영으로 떠났다.
다른 곳에서는 지긋지긋 궁상의 끝을 보여주는데,
상품권이 있다고 생각하니 매번 올리브영에서는 사치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쇼핑을 하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바르지도 않는 쉐도우 팔레트만 4개쯤 더 생겨난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봤다.
불 다 끄고 빔프로젝트로 보는데,
화면에서 눈은 내리고...
김윤아는 노래를 부르고...
애들 서사는 너무 훌륭하고...
아줌마 잘 울지?
그러고는 아침에 일어나 (겨우) 정신을 차리고 결혼반지라는 것을 보러 갔다.
진짜 그냥 안살까도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까르띠에는 그 이른 시간에도 '금일 대기가 모두 마감되었습니다'라는 말로 우리를 맞이해주더라.
그래서 티파니에서 밀그레인 반지나 껴봤다.
플래티늄 화이트 골드링 두 개에 370만 원 정도다.
그냥 저거 깔끔하고 마음에 들어서 살까도 생각함.
그러고 쇼메 트리옹프 껴본 후 결국 반지 사이즈만 알게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ds언니가 결혼반지 살거면 그냥 자기 다니는 까르띠에에서 사게 해 주겠다고 했었기 때문에...
언니의 직원복지 우리가 홀라당 타먹었다.
언니 고마워.
언니 아니었으면 그냥 안살라 그랬어.
언니가 우리 결혼반지 사준거나 다름 없어(급발진)
그러고는 매트리스 고시에 참가하기 위해
온갖 매트리스에 다 누워봤는데,
어차피 씰리에서 사기로 했었으니 그냥 거기서 모델 정도만 픽스를 했다.
사실 씰리로 마음을 먹고 간 거였는데, dy언니가 돌레란도 좋다고 해서 누웠다가 정말 마음에 들어버리는 바람에 고민을 한참이나 했다.
근데 일단 매트리스 말고 돌아다니다 발견한 저 식기도구들에 마음이 꽂혔네.
가구고 뭐고 일단 식후경이다.
너무 힘들어서 크리스탈 제이드 먹었다.
역시 구관은 명관이야.
너무 맛있어
쩝쩝쩝쩝.
그러곤 p를 역까지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왔다.
날씨가...이렇게 좋을건 뭐니?
내일 회사가야 되는데...
대망의 3월 1일.
이 날은 정말로 의미가 있는 날이다.
일제강점기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날이기도 하면서
나 직장인 회사로부터 평일 낮의 독립을 보장받은 대단한 날이기 때문이다.
오전에 자존심 상하게 8시부터 일어나서 나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났다.
일어나서 마켓컬리로 배달시켜 둔 반찬이랑 삼겹살 구워먹었다.
아! 무엇보다 아침을 알람 대신 예약해둔 커피머신의 커피내리는 냄새로 시작하였는데,
그보다 상쾌할 수가 없더라.
원래 가려고 했던 카페가 휴일이라 문을 닫아 가게 된 딥커피로스터즈.
하나 더 생긴지도 몰랐다가 지도 보고 알게 되었다.
2층에 생긴 거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지는 않더라.
들어가기 전 보이는 것들과 들어서서 보이는 모습들.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으로 아무 생각도 안하며 시간을 오래 보냈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가장 생산적인 것이다.
딥커피 가면 두잔 국룰 아닌가요?
아라노 한 입에 털어먹고
텁텁할 때 즈음 아이스 아메리카노 원샷하면 기분 엄청나요.
질서정연
하 행복하다 행복해.
이 자리에 앉아 소년심판 리뷰를 썼다.
행복했다.
소년심판 보고, 소년심판 리뷰 쓰고, yj가 준 wordle 게임 6번만에 맞추려고 쌩 난리를 치다가 나왔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
물론 중간에 지하철 잘못 타는 아주 사소한 실수를 범했지만 아주 넉넉히 행복한 날이었다.
역시 출근은 안해야 제맛.
깔깔깔깔.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