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갓 된 엄마

나의 두 엄마

명절 일기

by 빛율

"아름다운 날들도 한 번 기록해 보세요."


누군가 그랬다. 행복할 때 글을 써 보라고.

주로 답답하고 속상할 때 글로 화와 슬픔을 걷어내는 나에게.


행복한 순간에는 글 쓸 생각이 안 나요.

그냥 그 순간에 더 편하게 머무르고 싶어요.

글 쓰는 게 엄청 편안하고 행복한 일은 아니잖아요?

말하자면 좀 집요해져야 하잖아요.

내 마음, 이 순간을 풀어쓴다는 게.

설명해 낸다는 게.

납득할만한 글로 객관화를 거쳐야 하니까요.


평화롭고 그림 같은 순간마다 그 조언이 문득 스쳐갔지만

쓰지 않았다.

아직 뱉어낼 슬픔과 고단함, 분노와 부조리한 마음과 생각들이

아직 어지러운데 왜 굳이 이 순간을 놓치고 다시 그 복잡함 속으로 들어가겠는가?


멤버십 작가가 되고부터 되려 글을 쓰지 못한 변명이 참 길다.

이토록 무책임한 작가이면서 감히 이직을 생각하고 꿈꾸다니 괘씸하고 무엄하다!

감사히 본업으로 돌아가야겠다며 내 불성실함에 나 또한 적잖이 포기했다.



나 엄마잖아요.

엄마 됨, 엄마노릇에 심취한 채 31개월을 살았다.

기나긴 명절 기간 동안 그 노릇 내려놓고 딸내미이던 나로 돌아가

그저 주는 대로 먹고 자고 놀았다.

가족들이 있으니 늘 말을 걸어주지 않아도, 끊임없이 책을 읽어주지 않아도,

하원 후 일정을 고민하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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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고, 자주 읽으며, 가끔 노래를 짓고, 더 가끔 그림을 그리는 갓난 아이의 갓된 엄마. 주로 무용한 것들에 마음 뺏기지만, 요샌 유용한 것들(요리,육아)에 (바)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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