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달게 마신 다음 날 아침, 썩은 물을 보고 놀라 모든 것은 마음에 달린 것임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는 사실 거짓이다.
정말 몰랐을까? 알고 싶지 않았겠지. 알아도 모르는 척 넘겼겠지. 그럴 만큼 목이 죽을 것처럼 타들어갔을 거야. 욕구를 해결하는 게 진실을 아는 것보다 먼저니까. 목이 말라죽을 것 같으면 썩은 물인 줄 알아도 맛있게 먹는 게 사람이다. 내 욕구가 해소되고 나서 배가 불러야 수질도 보이고 거슬리기도 한 거 아닐까. 뭐 그런 똥빵구리 같은 생각.
객지에서 굶주린 딸은 엄마가 차려주는 첫 끼를 게눈 감추듯 게걸스레 먹는다. 다음 날 아침에는 엄마집 최고 가전 세라젬 의료기에 누운 채 마사지 호사를 누리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밥숟갈을 뜬다. 생미역 무침, 언제나 빠지지 않는 생선 자반과 육고기, 항상 두세 가지씩 있는 세발 나물이며 시금치 같은 나물 반찬에 미역국에 된장국, 묵에 곤약 조림, 언제나 나왔다 들어가길 반복하는 마늘장아찌와 김치 두어 종류에 기타 등등 기타 등등등.... 상다리는 언제나 부러지지 않는 게 이상하다.
캬.. 이런 게 집이지. 가족이지. 집에 계속 사람 소리가 나고. 내가 아니어도 아이는 가족의 일원과 시간을 보내고. 나는 원하는 때 화장실에 가고 배고플 때 먹고 힘들면 쉴 수도 있는 삶. 아이만이 우주의 중심인 세계에서 아이가 가족의 일원이 된 삶. 기형적인 세계가 제자리로 돌아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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