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필라테스

좋은 아빠? 나쁜 아빠? 진짜 다정한 사람은 누굴까

by 빛율

아빠랑 있으면 설레는 30대 딸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아빠는 내 첫사랑이다. 따뜻하고 인자하며 욕심 없이 평화로운 성품, 가만가만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아빠와 함께 있으면 늘 편안하고 행복했다. 나는 사랑을 채우러 집에 간다.


엄마는 늘 시끄럽고 짜증이 났다. 늘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데다 목소리가 커서 귀딱지가 아팠다. 내 말을 언제나 한 번에 못 알아듣고 되물어 말하기가 싫었다. 대화가 전혀 되지 않아 입을 닫으면 늘 궁금하지도 않은 엄마 식당 주인과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 얘기만 늘어놓는다. 평생 엄마밥 빼고는 엄마에 대해 좋아한 구석이라곤 없었고,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에도 엄마와는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어서이기도 했다.


나와 자식들, 주변인들에게 아빠는 늘 좋은 사람,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엄마는 비호감이었다. 그런데 이제와 보니 아빠는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무책임하고 나약한 어른이었다. 엄마를 저렇게 살게 내버려 둔 건 아빠와 우리 자식들이었다. 40년간 소일거리로 한 트럭 운전의 수익은 마이너스에 가까웠고 기름값을 빼면 거의 남는 것도 없었다. 엄마는 그래서 밤낮으로 주말도 없이 식당과 파출부, 부업 등을 닥치는 대로 했다. 언니를 업고도 일을 갔고 언니가 순하다고 집에 놓고도 일을 나갔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경악할 일이다.


엄마의 육체노동은 집안팎으로 계속되었고 엄마도 이제 일흔이 다 되어간다. 일을 오가는 길 한 시간을 걸어 다닐 정도로 튼튼한 몸을 타고 난 엄마도 디스크와 고혈압을 달고 살며 허리는 점점 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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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고, 자주 읽으며, 가끔 노래를 짓고, 더 가끔 그림을 그리는 갓난 아이의 갓된 엄마. 주로 무용한 것들에 마음 뺏기지만, 요샌 유용한 것들(요리,육아)에 (바)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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