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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율 Nov 07. 2023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살아남는다는 것

-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사용 설명서] 독후 아니 독 중 에세이

"사실 우리는 원하는 만큼 소비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힘은 우리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자질이 되었다. 모든 본능이나 욕망을 뒤엎을 만큼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건 사회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일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파산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최대한 꾸려나가는 것이다. 소득을 넘어서지 않는 소비와 미래를 준비하는 저축은 각개전투의 총검처럼 우리에게 필수적인 요건이 되었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사용 설명서] 중에서



"임신출산육아 시장이 가장 핫한 이유"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치며 인생에 단 한 번,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돈을 아낌없이 썼다. 병원비부터 각종 출산 육아 용품은 끝이 없었지만 과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인 욕구 해결도 어려운 극한의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육아를 편하게 해주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했다. 스토케 뉴본을 들이고서야 먹을 여유가 생겼고, 쏘서나 어라운드 위고 덕분에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라라스 옆잠베개 덕분에 아이가 조금이라도 덜 깨 주었고 로션 유목민을 하다 비싼 로션을 바르고 나서야 동전 습진이 잡혔다. 그런 식이다.



"소비자로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매일 조종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매우 약하다는 뜻이에요.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연약합니다.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면 항상 주의를 하죠. 그게 첫걸음입니다."


 ... "자본주의가 우리의 뇌에 심어둔 칩은 '무엇이든 소비하라'이며 우리의 생활에 심어둔 칩은 '이것은 꼭 필요한 물건이다'이기 때문이다. "



"신생아 대출은 기회일까 독일까"


새로 생긴 '신생아 대출'을 받아 더 가깝고 좋은 위치의 적당한 아파트로 갈지, 더 멀고 낯선 동네지만 청약된 새 집에 더 비싼 금리로 가는 게 나을지에 대해 어젯밤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빠르고 신속한 반려인의 브리핑이었지만, 내가 아이 육아만 공부하고 생각해서 '3년은 엄마가 키우는 게 좋대'하고 3년 육아휴직만을 고수할 수 없다는 현실에 완전히 설득당하고 말았다.



"아무리 이자가 적어도 빚은 빚이었다. 그리고 그 빚은 그들 부부가 고스란히 갚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빚을 갚다 보면 언젠가 온전히 그들의 집이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사는 내내 빚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기만 했다. ... 기껏 빚을 지고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라도 하면 빚은 빚대로 갚으면서 주택의 자산적 가치는 전혀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모든 순간이 다 소중해"


경제적 지식과 실리적인 사고가 부족한 나는 자본주의에 취약한 이상주의자였다. 그래, 좋은 거 다 알지. 엄마가 키우면 좋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나는 예외라고 생각했던 걸까. 앞선 육아를 해 본 친구는 '처음 3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키워보면 알아. 모든 순간, 모든 해가 다 소중해.' 라며 육아휴직 3년을 다 써버리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다.



"요즘 육아"


이유식에 거의 올인한 지 세 달. 이유식 책만 보고, 이유식 생각만 했다. 나의 하루는 세 번의 이유식을 준비하고 정리하고 재우고 먹이고 먹는 것이 거의 전부다. 밤잠이 짧은 아이라 통잠을 재우고 싶어서 이유식 횟수를 빠르게 늘렸다. 일찍이 6개월부터 두 끼, 7개월부터 세끼로 준지 오래다. 안 해온 요리를 책을 보며 만들어도 쉽지 않고, 아이가 먹지 않으면 아이 눈을 맞추지 못하고 돌아서 설거지를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하루 세 번 씻기고 바닥을 닦고 설거지와 열탕소독까지 하고 나면 재우기라는 가장 힘든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들이는 수고에 비해 아이가 먹은 양이 적은 어제오늘 같은 날에는 정말 기운이 빠지고 눈물까지 난다. 미운 마음도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올라온다. 내가 그런 마음과 표정으로 있으니 아이도 자연히 비슷한 기분으로 밥을 먹고 있는 건 아닐지, 즐겁게 밥을 먹는 걸 가르치면 되는 때인데 좁은 내 마음이 미안하고 걱정스럽다. 그래서 시판 이유식으로 좀 쉬어가야 할 때인가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무료'라는 이름의 '배송비를 내야 하는' 이유식 체험을 시킨다. 욕구가 지출을 만들었다. 불편함을 소비로 해소하는 것의 연속이 '요즘 육아'다.  



"엄마가 키우는 것과 어린이집" 그 사이에서


각설하고 육아에서 재우기와 먹이기에 있어 나의 인내심과 한계를 느끼는 요즘, 과연 엄마가 집에서 단둘이 키우는 것이 정말 아이에게 좋은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요리도 잘하고, 놀아주기도 잘해서 아이 발달과 영양을 내가 다 최선으로 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늘 잘해오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나름 자신도 했는데 이유식을 시작하고 육아효능감이 확 떨어졌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엄마 마음이 이런데 원에서 여러 아이들을 보는 선생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엄마인 나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데 다른 사람이 여럿을 보면 얼마나 더 어려울까. 그래도 엄마는 내 새끼인지라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보면 예뻐서 웃게 된다. 웬만하면 말을 하고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 때 보내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이 되는 걸까.


"아이의 물건은 적을수록 좋다"


부족한 가운데 놀잇감을 만들고 놀이하는 방법을 창조한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매트나 가드를 구입할 것을 고민 중에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미 있는 환경에서 소비 없이도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싶어졌다. 장난감과 육아용품이 넘치는 곳에서 아이는 얼마나 정신이 없을까. 쉬운 소비로 인한 많은 물건들, 필수품이 너무 많아진 세상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많을 수 밖지 않을까. 내 아이는 최소한의 물건 속에서 하나에 오래 집중하는 아이로 키워내고 싶은데, 그게 가능하긴 할까.



"책임 있는 소비에서 매우 중요한 것 하나가 소유의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용할 것을 구매했다는 의미죠. 지금 사는 것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잘 활용할 기기여야 합니다. 원피스나 바지를 산다면 앞으로 자주 입을 것이고 언제 사용할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죠. 21세기 소비자는 더 잘 소비하고 더 적게 소비해야 합니다. 더 좋은 것을 적게 사서 훨씬 더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죠."


"'노쇼핑'까지는 못되어도 '리스쇼핑'으로 살아야"


이 책에 '노쇼핑'이라는 책이 소개되어 있다. 꼭 필요한 생필품만으로 산 경험이 담긴 책이라니 흥미롭다. 육아를 하며 편안한 '투머치쇼퍼'에서 불편한 '리스쇼퍼'로, 옛 어른들처럼 불편하고 단순하게 육아하며 살아남아야겠다며 정신이 번쩍 든다. 



"정말 꼭 필요한 물건이란 뭘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있기나 한가."



"당근 나눔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당근에서 나눔으로 지출없이 책들을 들였다. 그 책들을 놓을 책장을 들였다. 나는 무료로 책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물건을 받으러 가는데 연료비와 시간을 들였고, 들인 책들을 소독제로 닦고 말리고 정리하고 책장을 구입하며 꽤 많은 시간과 공간을 소비했던 것이다. 



"합리적 소비란 그 소비의 현재가치를 고려하고 이 소비를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아이는 어떻게든 자라지만 부모는 노력해야 자란다."


출산 후 거의 첫 일반서다. 서평 때문에 읽은 책을 제외하고는 자발적인 독서를 한 첫 경제서. 역시 매일 읽어야겠다. 아이는 어떻게든 자라지만 부모는 노력해야 자란다. 아이가 성장했을 때 그저 나이만 든 부모이지 않기 위해, 가끔은 육아책 대신 일반교양서나 경제서를 읽어야겠다. 비로소 실감이 나니까, 내가 엄마라는 게, 그리고 이제 부모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더 열심히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금융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 고통받는다. 그렇다면 개인이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주 단순한 해법이지만 금융 시스템과 전체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알고 자신의 돈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


이상 당근 중독자의 멈춤을 위한 독서과 독후 기록이었음을 고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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