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율 Nov 22. 2023

매직 타임

지금 이 순간, 마법 같은 시간들

아이가 내 곁에서 뒹굴다 스스로 잠이 든다. 아기띠로 안아 흔들지 않아도, 젖을 물리지 않아도, 산책을 나가지 않아도 노래를 부르며 도닥이면 가만가만 듣다 잠이 든다. 꿈같고 그림 같고 마법 같은 저녁. 이 순간이 매직 타임이 아니고 무엇일까!


아이는 준비되어 있었다. 관성대로 아기띠로 안아재우고 젖을 물려 깊은 잠에 못 들게 한 건 우리였다. 원래 이렇게 잘 잘 수 있는 아이를 8개월간 괴롭혔다는 생각에 미안하다. 등 대고 스스로 잠들었기에 밤에 깨도 울지 않는다. 그냥 두면 다시 뒹굴다 잠이 들었다. 인형이랑도 놀고 헝겊책이랑도 놀고 앉았다가 뒹굴었다 하면서 스스로를 달랠 줄 알았다. 기특하고 신통방통하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먹고 자고 싸고 걷고 말하는  모든 일이 참 대단한 일이란 걸 알았다. 먹는다는 일에 대해 이유식을 공부하며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 주는 대로 남김없이 먹을 줄만 알았지 재료별 원물의 특성이나 조리법에 따른 맛과 영양의 변화를 생각해 본 적이 이 나이 되도록 없었다. 통잠을 자며 자다 깨어 다시 잠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도 몰랐다. 모든 게 경이롭고 대견해졌다.


아이가 내 가슴으로 기어와 나를 짚고 젖을 물 때, 내 곁에서 내게 안겼다 굴렀다를 반복하다 스스로 잠이 들 때, 내게 폭 안겨 까무룩 잠이 들 때, 내가 피곤하거나 속상할 때 누구보다 금세 알아채고 아가의 표정과 눈빛으로 내 표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때. 이 모든 순간이 육아의 매직 타임이다.

작가의 이전글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살아남는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