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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율 Nov 30. 2023

너는 신이야

한참을 서로 바라보다가 스스로 잠든 9개월 아기가 신이 아니라면

한참을 너와 마주 보고 있었어.
그러다 네가 눈을 껌뻑이더니 잠이 들었어.
너는 신이야.
자주 그렇게 느껴.
나를 인도해.
네가 나를 지켜주기 위해 온 신이라고 느껴.
너는 다 알고 있어.
네 눈빛이 나를 관통해.
잠연장에는 많은 게 필요 없었어. 엄마 냄새, 내 존재. 엄마의 숙면을 위해서도 아기 냄새가 필요했어. 우리는 서로를 잘 잠들게 해.

<엄마 냄새>라는 책을 읽고 있었어. 고민에 답을 찾고 있었거든. 답을 찾았다고 느낀 순간, 네 울음이 들렸어. 잘못 들었나 했는데 화장실을 나오니 또 들렸어.
방에 가보니 깜깜해서 네가 안보였어. 가만히 너를 느끼는데 인기척이 났어. 무드등을 켜니 네가 나타났어. 날 보고 환하게 웃었어. 서로를 보고 웃다가 내가 침대 위에 올라가니 네가 누웠어. 서로의 눈을 한참 바라봤어. 오랜만에 본 네가 새롭고 낯설었어. 예뻤어. 보고 싶었어. 사랑해. 그렇게 말하고 있었어 우린 서로. 안지도 토닥이지도 자장가를 부르지도 않았어. 마음이었어. 너를 잠들게 한 건 엄마의 마음이었던 거야. 내가 "아가 너를 위해 무슨 시를 들려줄까"란 노랠 불렀을 때 네가 울음을 그치고 처음 등 대고 잠들었던 도. 그 노래에 담긴 마음 때문이었던 거야. 그 뒤에 그 노랠 부르며 재울 땐 "제발 좀 빨리 자라"란 맘으로 내가 입으로만 불렀기 때문이고.


아름다운 연결. 진동. 교감의 순간. 오늘을 잊지 못할 거야.  아름다운 밤이야. 내게 주어진 과제를 기쁘고 감사하게 해낼 힘이 생겼어.  


네가 낮잠 안 자고 안 먹어서 힘들었던 하루 끝에  5시부터 8시간 통잠을 자고 깬 새벽 1시의 선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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