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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율 Jan 09. 2024

나를 위한 밤, 숨죽여

소리없이 나를 위하는 일을 반드시 찾아야겠다

반신욕을 즐기던 나. 엄마가 되고나니 그건 사치를 넘어 민폐가 되었다. 내가 내는 한 밤의 소음이 아기도 반려인도 깨운다. 나를 위한 시간이 우리 가족의 단잠을 방해하는 시간이 된다니.


내가 온전히 내 몸을 위해 보낼 수 있는 휴식 시간은 아기의 낮잠 시간과 밤잠 입면 후, 육퇴 후의 밤 시간이다. 낮잠 땐 같이 자기도 하고 밥,간식을 먹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밀린 톡이나 책을 보면 순삭. 그 시간 역시 소음을 조심하며 소릴 끄고 울음 소리에 귀를 열어둔 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낸다. 온전히 쉴 수는 없다.


그런데 육퇴 후도 마찬가지다. 주말에 반려인이 나를 집밖으로 내보내주어야 겨우 쉰다. 그런데 그새 아기가 운다거나 돌아왔을 때 내게 데면데면하며 서운함이 드러날 땐 부재했던 시간이 달콤함대신 죄책감으로 남기도 한다.


임신 10개월, 아가를 만나고 10개월간 못했던 반식욕을 즐기고 뒤척여 우는 아가를 그냥 지켜보며 쓰는 엄마 반성문. 그대로 다시 잠들어주길 바라며 불기 시작한 젖을 마지막 남은 총알마냥 장전하고 애써 눈을 감는 밤.


거세어지는 너의 울음에 마음약한 엄마는 다시 달려가 젖물려 사과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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