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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율 Jan 24. 2024

오늘이 왜 금요일이 아닌 거지?

문단 나누기를 할 수 없는 11개월 엄마의 하루

어제 정체불명의 택배가 도착했어요. 요즘 택배로 피싱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무섭더라고요. 최근에 당근거래를 문고리로 많이 해서 더 찝찝한 거예요. 잠을 잘 못 잤죠. 아이는 4시부터 깨서 한 시간 반이 넘게 안 자고 울죠. 아침 안 먹고 숟가락 줄 때마다 고개 돌리는 게 학습이 되어버렸죠. 자기 주도와 엄마주도 스푼피딩을 섞어하다 보니 아이도 헷갈리겠죠. 주면 돌리고 먹게 하면 다 떨어뜨리죠. 포기하고 내 밥 먹는데 내 새끼가 안 먹으니 입맛도 없고 밥이 코로 넘어가죠. 식사시간은 끝났는데 아이는 먹은 게 없는데 바닥이며 그릇 치울 건 산더미죠. 안 먹으니 뭐라도 먹이려고 코스 요리로 앉았다 일어났다 레인지에 돌렸다 꺼냈다 반복하다 몸도 마음도 지치는 배만 애매하게 부른 식사 시간이 끝나죠. 아이가 벌써 잘 시간이죠. 안자죠. 젖 물다 자다가 내려놓으면 눈을 번쩍 눈뜨죠. 그리곤 침대 가드를 잡고 일어나 종횡무진 걷죠. 잘 아이론 안보이죠. 누워 재워보려 하다 지쳐 내가 먼저 눕죠. 그래도 낮잠은 잘 안자죠. 아이는 내 곁에 뒹굴다 일어나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죠. 결국 벌떡 일어나 아기띠를 메죠. 아기띠 가지러 가면 아인 울죠. 그때 바로 안아 꼭 안아주죠. 10킬로 아가 안고 무릎 바운싱하면 더 빨리 잠들죠. 내려놓고 겨우 긴장 풀고 베이비타임에 잠시간 기록하고 밀린 톡 잠깐 보고 자려 눕죠. 20여분 눈 부치면 아이 깰 시간이죠 조마조마해서 캠 켜고 방문 열어놓죠. 이때부턴 깊은 잠이 안 들죠. 초조하게 그냥 누워있는 시간이 되죠. 칼같이 한 시간 반쯤 되면 아간 울죠. 아가 울음소리가 늘 환청처럼 귓전을 맴맴 돌죠. 나는 에너질 힘껏 올려 아가를 밝게 달래며 서서히 안아 잠을 깨우죠. 기저귀를 벗기면 자유로운 영혼처럼 재빠르게 도망가죠. 잡기놀이 숨바꼭질 까꿍하며 기저귀를 갈고 로션 바르며 마사지해 줘요. 그리고 잠깐 책 읽어주려 하면 조금 보다가 구석에 숨기놀이하러 가죠. 아침에 내가 주는 숟갈에 고개 돌려 거부할 때 한 번, 내가 읽어주는 책 안 보고 도망갈 때 두 번 엄마는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죠. 그리고 다시 이유식 시간이에요. 최대한 기분 좋게 놀아주고 좋은 기분으로 이유식을 줘야 잘 먹어요. 그런데 준비하는 동안 부엌에서 계속 보채죠. 하나씩 던져줘요 식재료를. 아가는 이미 식욕이 오르고 있죠. 그때 바로 식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손이 느려 내 밥까지 같이 준비하려니 한 참 지나버려요. 밥 먹기도 전에 지쳐요. 그렇게 식사 끝나고 쌓인 설거지와  바닥 음식들.. 아가는 주워 먹죠. 바로 닦아야죠. 응가를 했네요. 씻기고 로션 바르는데 도망 안 가게 사운드북이나 아가용 개수대 물을 틀죠. 다시 잘 시간이에요. 기진맥진. 이 오후 시간이 체력과 정신력이 바닥으로 치닫는 때죠. 아가는 또 안자죠. 젖물잠하다 깼죠. 오늘은 체력이 없으니 화가 나서 빨리 재우려 아기띠로 안죠. 울죠. 참기 힘들어 밝은 거실로 나가죠. 잠 다 깨죠. 그냥 저녁잠을 빨리 재워야겠다고 포기해 버렸죠. 아기 아빠만 기다리죠. 종일 보고 싶었는데 나오는 건 투정이고 잔소리죠.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유일한 조력자이며 동지이자 구세주. 문화센터(문화센터)를 안 가는 날엔 이렇게나 엉망이 되기도 해요. 역시 아기에게도 나에게도 사회생활을 통한 적당한 거리두리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문화센터 수업 등록 시작일이었어요. 안 봤죠 일부러. 한 학기 참 재밌었지만 힘들고 몸살도 났었으니까요. 어린이집에 보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어요. 하지만 보내버리면 안 되죠. 적어도 이런 맘으로 보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해요. 잠습관, 식습관을 잘 잡아 보내야 아이도 나도 안 힘들 텐데 되려 그래서 어서 보내어 도움도 받고 해방되고픈 이 이중적인 마음.. 집에서 달아나 책 읽으며 오늘의 처방전을 찾았습니다.


아이는 원래 "엄마가 하자는 대로 움직이지 않아요." "엄마가 하고 싶은 시간이 놀이 시간이 될 수 없어요." "엄마 의견보다 아이 의견이 적극적으로 표현돼요."


찾았다 해답!! 내가 숟가락질을 가르쳐주려 하면 던져버리고 책을 읽어주려 하면 다른 책을 집어드는 건 아이가 스스로 하고픈 마음이 커서였어요. 하고픈데 마음대로 안돼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혼낼수록 행동이 심해지니 더 못 본 척하거나 행동을 아예 못할 환경을 만들어야겠어요.


역시 오늘도 집에 가서 장난감을 더 치우고 집어넣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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