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아이가 되려 나를 꼭 안아주었다.
어린이집 등원 적응주간 3일 차
첫날, 둘 다 뻗었다. 다녀와서 3시간 낮잠. 깨어서 우는 아이를 오래 가만히 안고 있었다. 고요한 집에서 둘만의 안락함을 느끼며.
둘째 날, 주차 문제로 혼자 두었더니 아이의 긴장한 모습. 심란하다. 머릴 박아도 집에서와 달리 울음도 참는다. 또다시 3시간 낮잠. 얼마나 피곤하고 자극이 많은지.
신랑과 깊은 대화를 하고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복직에 여유가 있어 선택가능한 상황이라 더 생각이 많고 심란한 거라고. 바람직한 방향과 내가 욕심낸 것, 한계를 인정할 것, 내려놓을 수 있는 것들을 가려내야 하는데 아직 마음으로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하고 가장 좋은 걸 아이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라 어느 것 하나, 보내는 것과 데리고 있는 것 모두가 힘들다.
셋째 날,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좀 더 편안해 보인다. 가는 길 카시트에서 차양막을 내리며 까꿍놀이도 한다. 엄마 다리밑에 들어가듯 선생님 다리에도 매달린다. 졸려서 엄마 젖을 찾으면서도 더 놀고 싶어 한다. 점심을 먹이고 오는데 무염식을 하고 있는데 원의 김치는 정말 어른 입맛에도 소태라 놀랬다. 그래도 편히 한 끼를 먹이고 올 수 있어 감사했다. 여기저기 아이에게 또래를 만나게 해 주겠다며 알아보고 예약하지 않아도 되어 집안에서의 시간에 더 감사히 집중놀이와 요리할 체력과 마음의 여력이 났다. 원에서 엄마 간식까지 함께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발도르프 육아서를 펼쳤다. 그놈의 3년 가정보육의 중요성 얘기하며 더 심난해져도 어쩔 수 없다 마음먹고 읽었는데 웬걸 오늘날 핵가족화와 부채로 맞벌이가 당연시되고 부모노릇이 힘들어지고 있어 원에 보내는 것을 최선으로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며 계속 내가 왜 힘든지를 구조적인 부분에서 찾고 이해한다고 다 그렇다고 위로해 줘서 조금 놀랐다.
아이가 그 정신없는 장난감과 놀이터 천국에서 또래를 만나는 잠깐의 시간 이후 나와 차분히 주방에서 내가 요리하는 동안 옆에서 채소와 과일의 실물을 만지고 청소와 빨래 등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하루하루를 만들어나가야지. 나는 무책임한 부모가 아니라, 정당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힘듦이 내 못남과 부족함 때문만은 아니구나. 그렇게 담담히 얘기해 주어 고마웠다. 나는 의무적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이 반년 간 원을 잘 활용해 적절한 도움을 받아 아이의 영양과 식습관, 수면습관, 예절과 규칙, 언어 등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것이고, 내 몸과 마음을 돌볼 여력을 만들 것이다.
오후시간 내내 아이가 나와 단둘이 오래 차분하게 앉아 놀고 싶어 하는 게 느껴졌다. 내가 아이를 꼭 안자 아이도 나를 꼬옥 정말 꼬오옥 안아주었다. 아이와 교감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 애잔함, 슬픔과 기쁨, 설렘과 피로, 그리움 같은 것들.
"과거에 한 일을 가지고 죄의식을 느끼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시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일을 우리 자신이 내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면, 또 아이들이 자신만의 개성과 생명력을 지닌 고유하고 독특한 존재임을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는 죄의식이라는 감정을 훨씬 덜 느낄 것입니다. 죄의식을 갖게 되면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는 늘 현재라는 이 순간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사실을 잘 이해하고, 지금 당장 분명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발도르프육아서 #등원3일차 #당신은당신아이의첫번째선생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