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참말
생애초기 오래 자주 아프다는 건 슬픔의 감정을 새기는 일
네가 많이 아파서 엄마 맘이 아파.
맘이 아픈 거보다 몸이 아픈 게 낫겠어.
옛말은 틀린 게 없구나.
엄마가 밀린 실물카드 정리, 화장실 청소, 놀잇감과 책 정리, 설거지, 미술책상 만들기, 빨래 개기 등등 집안일하느라 가뜩이나 숨쉬기 힘든 너를 깨웠나 봐 미안.. 역시 아빠의 단호함이 밤에 네 울음을 잠재우네. 넌 벌써 아빠 무서운 줄 아는 듯 해. 약도 아빠가 단번에 먹이면 그나마 뱉질 않고. 다시 약먹이기 전쟁이 시작되었구나.
생애초기 오래 자주 아프다는 건 슬픔의 감정을 새기는 일 같아.. 어릴 적 내 아픈 친구가 어른스러웠던 이유가 있었어. 네가 아프지 않게 원에 자주 안 보내고 더 자주 오래 데리고 있고 싶어. 엄마가 정말 힘들 때, 네가 건강할 때, 나가고 싶어 할 때만 보내고. 잠에 깰 때마다 괴롭고 미안했어.
'애들 다 아프면서 크는 거지 뭐'라는 말은 하나도 맞지 않고 위로도 안 돼. 네가 아프면 잠도 같이 잘 못자고 입맛도 없어지고 걱정하는 마음에 즐겁게 놀아주기도 어려워. 부정적인 경험이나 감정이 더 많아지는 건데 일부러 아프러 슬픔을 배우러 원에 갈 필요는 없잖아.
일상을 사는 게 가장 소중할 때인데. 다녀오면 바로 자고 네댓 시간만 차분히 보내면 되어서 하루가 훨씬 잘 가긴 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과 마음이 널을 뛰어. 내가 무슨 일을 시작한 건지. 우리가 이리 일찍 이 경주를 시작한 게 맞는 건지. 완주해야 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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