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번째
오래전 그 아이와 내가 왜 헤어졌는지 문득 이유가 생각났다. 나도 그의 정직함과 성실함을 잘 알고 있었다.
매 순간 정의로워야 한다는 의무감, 세상을 향해 그가 몸을 비틀어 내는 목소리를 매번 보고 듣는 게 힘들었다. 힘들고 짜증 날 때 말 한마디 못하는 그를 보는 건 더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꿈에 가득 찬 그 친구를 안아주기는커녕 찬물을 끼얹을 것 같아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 너의 꿈을 응원할 깜냥이 안 되는 것 같아 헤어지자 했다.
그 친구의 눈빛과 표정은 참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또다시 힘들지 않은 척 애써 웃으며, 내 마음이 돌아선 이유를.. 그러니까 비난하기 전에 또 내 마음부터 물었다. 그리고는 이렇게나 차가운 내가 낯설고 당황스럽다 했다.
나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내가 뒤돌아설 때는 소름 끼치게 차갑다는 걸 안다. 그 온도차가 극명해서 상대방이 힘들어한다는 것도 잘 안다. 분명 보기에 고통스러웠을 거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꼭 안아주며 잘 지내라는 인사만 남겼다. 그렇게 끝까지 나를 배려했다.
나는 사랑한다면 무엇이든 다 받아주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는 사람이라... 그 아이가 세상에서 돌아다니며 온통 다치고 상처 난 몸과 마음을 옆에서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안아줄 힘이 없었다.
어떻게 그리 쉽게 차가워질 수 있냐는 너의 질문이 생각난다. 나도 그렇게 쉽게 포기해버린 내가 기억난다. 서로를.. 아니 정확히는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아도 헤어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랑의 반대가 미움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오히려 사랑의 반대는 포기에 더 가깝다는 것도.
붙어있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관계에서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하는지 덕분에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