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이었다

서른네 번째

by 예원

일주일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토요일 정기검진을 위해 갔던 병원에서 어떤 병의 초기 증상과 비슷하다며 조직검사를 해보자는 의사의 말이 있었다. 그리고 화요일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멍하니 앉아 있으니 평소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 일어났다.


영원할 것 같지만 모든 게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할머니의 숨결도 내 몸뚱이도. 할머니를 보내며 생각하니 나는 생각보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커리어 우먼으로써의 성공도, 유명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바쁘다는 대답이 너무나 싫어졌다. 밀양에 내려가 할머니랑 동네 산책을 하며 아빠를 낳아줘서 고맙다고 꼭 말하고 싶었다. 할머니의 따스한 마음 그대로 담아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예쁜 아가도 낳고 싶었다. 햇살이 쏟아지는 나무 아래서 음악 책을 읽다 졸다를 반복하고 싶다. 봄에는 꽁꽁 얼었던 흙을 손으로 마구 만지고 싶다.


헤매기 일쑤지만, 이번 방향은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천천히 일상 사이사이에 내가 담고 싶은 인생을 따라가 보고 있다. 그리고 오늘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단순 염증이라고 한다. 오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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