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들 #10. 생존을 위한 냉담함과 따뜻하고픈 삶의 온도 그 사이
서울에서 태어나 평생 살았고, 20대의 마지막 해를 6개월 남겨둔 지금. 서울에서 생존하고 노동하며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된다. 지금 정확히 생존을 위한 냉담함과 따뜻하고픈 삶의 온도 그 사이에 서 있다.
냉담한 노동의 현장으로 뛰어든지 9년 째
스스로 노동을 하기 시작한 건 20살 부터. 피아노 레슨, 홀 아르바이트, 영어동화 읽어주는 베이비시터, 수능 문제집 검수, 영어 과외, 취재, 에디터 인턴, 콘텐츠 플래너, 브랜드 매니저 그리고 현재 Marketing Sr.Analyst라는 이름으로 29살을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 주변에서 정말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직접 머리를 가동하는 것 보다는 데이터가 믿을만한 자료이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이 직접 결정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마녀사냥은 쉽지만 책임을 지겠다 외치는 것 어렵다
실적 없는 행동은 무의미하므로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도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대두되는 것 또한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액션의 반대편에 서 있는 모든 것에 더욱 냉담한 사회로 변해간다는 뿌리의 열매일지도 모른다.
따뜻한 삶의 온도를 향한 의지, 숙고와 발상
효율, 자본, 데이터, 냉담하게 생존에 집중할수록 진지하고 따뜻한 목적을 위해 누군가의 숙고와 발상은 인상적이지 못하며 쓸데없다 여겨지기 쉽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이 당장에 돈이 되지 않는 진지한 예술가와 철학가의 콘텐츠에 많은 돈을 주지 않는 것처럼. 이런 생각은 더욱 뿌리 깊어질 것이고, 자본은 점점 냉담하게 그들을 외면할 것이다.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드는 세상과 반대편에 앉아 시소를 타는 느낌이다. 세상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다 믿는 것은 어찌 보면 과신이고 굉장히 거만한 태도일 거다. 아니 그런 태도이다. 어차피 온 힘을 다해 눌러보아도 시소는 세상 이치대로 기울 것이다.
그럼에도 영속성 있는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이런 노력들이 당장 자본으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액션임은 분명하다고 믿는다. 생존이라는 가치를 위해 누구보다 냉담한 마케팅이란 필드에서 뛰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직 따뜻하고 싶다 생각하는 오늘.
미래를 향해서 어떤 헌납을 한다는 것은 지속성을 전제로 하는 일이다. 반드시 자신의 개인적인 이득의 지속성 만이 아니라, 자기가 믿고 있는 가치의 지속성을 말한다. - <제7의 인간>, 존버거 지음
오늘도 이렇게 따뜻한 삶의 온도를 향한 의지와 냉담한 노동의 현장 사이에서
적어도 내 삶에서만큼이라도 그 온도차이의 간극을 줄이고자 열심히 발버둥치며
오늘을 뭉근하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