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들 15. 물 좋고 산 좋고, 사람냄새 그득한 성북동이 그리운 날
예전에 박물관을 갔다가 서울 옛 지도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서울 사이사이에 산과 지류가 이렇게 많았어요?" 서울, 아니 한양은 원래 산과 물이 풍부하고 좋은 도시였다. 산세가 도시를 휘감는 형상이 아름다워 분명 623년 전 이성계도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하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때 서울은 어땠을까?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살맛이 나고 그랬을까?"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고, 감사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면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 경이로운 세상을 보며 행복하듯.
#15. 물 좋고 산 좋고, 사람 냄새 그득한 성북동이 그리운 날
서울 한복판, 용산 어딘가에 있는 회색 병원에서 태어나, 평생을 서울에서 살았다. 영락없는 서울사람.
서울살이가 편리하지만 안락하지는 않았다.
늘 나만의 안락할 수 있는 숨구멍을 늘 찾아다녔다.
아파트보다는 주택이 이나 벽돌 빌라가 좋았다. 집 근처에는 물가나 산이 있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성북동, 나의 첫 직장은 참 천국이었다.
고민이 쌓이면 마음껏 숨을 들이쉴 수 있고, 생각하고 싶을 땐 언제든지 저벅저벅 산책할 공간이 넘쳐났다. 동네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그득했다. 눈이 오면 저 뒷산까지 쌓인 눈이 한눈에 보였고, 적막한 듯 고요하지만 그러나 늘 사람 냄새가 그득했다.
이 성북동 언덕 아래는 지류가 있어 몇 년까지만 해도 '쌍다리'라는 작은 다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성북동 곳곳의 식당은 <쌍다리 식당>이라 불리는 곳이 많다.
성북동은 신호등이 가득한 도로가 아닌, 산을 따라 동네를 넘어다닌다. 세검정길을 향해 가면 부암동 그리고 세검정을 지나 홍제동까지 길이 이어지고, 삼청터널을 지나면 삼청동까지 길이 이어진다. 산 사이사이 들어선 주택길을 따라 그렇게 길을 따라간다.
지금도, 그 서울 특유의 운치가 그리워
머리를 비우고 싶고 서울의 끝자락에 서 있는 기분이 들면 성북동을 찾는다.
지금은 서울의 끝자락에 서있는 기분은 아니지만,
행복해서 이 행복감을 꽃피워 줄 따뜻한 성북동이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