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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원 Aug 29. 2019

바다랑 우리 엄마

2019년 8월 29일

출산을 3주 앞둔 친구가 임신 9 달이라는 시간은

아가보다는 엄마가 될 나를 더 많이 돌아보게 하고,

준비할 시간을 준다는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실제 바다가 내 배 안에 있다 생각하니,

바다보다 오히려 엄마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됩니다.


몇 년 전에 엄마랑 공연장에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표를 수령해서 엄마한테 달려가는데, 저 멀리 엄마가 보였습니다.

헐렁해진 청바지 사이로 야윈 다리가 눈에 선하게 들어오는 겁니다.


그때 엄마가 살면서 2번째로 크게 아프다 회복하던 시기였는데
그때 모습은 때마다 생각납니다.

항상 화내고 슈퍼우먼 같던 엄마가 너무 많이 야위고 지쳐있더라고요...


엄마가 되면 초인의 힘이 생겨난다고 하죠.

엄마는 늘 초인이면서도 힘든 모습을 저한테 들켰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내가 학교에서 돌아온 줄 모르고, 엄마가 베란다에 앉아 한숨 쉬다 들켰던 적도 있고요.

고등학교 때 엄마가 처음 크게 아팠던 때는, 수술 날까지 비밀로 했지만

결국 수술하고 나온 모습은 저한테 들킬 수밖에 없었던 엄마 모습도 기억합니다.

병원 복도에서 그게 그렇게나 속상해서 엉엉 울었는데, 엄마는 지금도 자기가 끝까지 숨긴데 성공한 줄 알겠죠.


물론 엄마가 제 삶에 자기 방식을 고수한 적이 많아 갈등도 많았지만, 어쨌든 저를 지키려 온 인생을 바쳤습니다. 가끔은 그 희생이 제 삶을 짓누르는 것 같아 너무 부담스럽기도 했고, 이런 제 이기심이 저를 또 힘들게도 했어요. 이런 마음이 결혼하면서 많이 정리되긴 했지만요.


이런 복잡함을 뒤로하고, 엄마의 그 진심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알죠.

저는 그런 희생은 아마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게 진심인 엄마라는 건 압니다.

저도 바다한테 적어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저도 인간이라 가끔 틀리고 한숨 쉬는 거 바다한테 들키겠죠.

그래도 엄마가 항상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하며 사는구나.

그런 생각 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우리 엄마는 나 키우면서 어떤 엄마가 되고 싶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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