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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원 Oct 03. 2019

안녕 바다야

2019년 10월 2일


2일은 바다(태명) 정기검진 날이었어요. 오전에 병원에 갔다가 오후에 제주도를 가려했거든요. 헌데 태풍이 와서 비행기가 결항된 덕분에 차분하게 바다를 만났어요.


처음에는 콩알이더니, 이제 제법 사람 모양을 갖춰가네요. 초음파 사진이 다 똑같지 뭐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웃긴 건 저 사진에서 남편 얼굴이나 제 얼굴이 보인다는 거예요. 이게 마음의 눈인지 진짜 보이는 건진 알 수 없지만요 ㅎㅎ


입덧, 몸살 등등으로 6주 정도는 헉헉 거리며 살았어요. 근데 저 초음파 사진 보니까 또 잠시 괜찮아지기도 하고요.


이제 12주 지나고 있으니 이 친구와 한 몸으로 함께할 날이 사실 한창 남았죠. 뇌, 귀, 눈코입, 위도 생겼데요.


에리히 프롬의 책에서 사랑에는 보호가 포함되어 있다. 사랑하는 자의 생명의 성장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라는 그 말이 이제 언어가 아니라 마음으로 와 닿네요.


‘바다야 안녕. 정말 내 안에 바다가 있구나. 싶으면서도 아직도 안 믿긴다. 부디 정말 진심으로 건강하게 만나자. 지금까지 임신 초기에 좋은 거 보여주지 못해 미안해. 오늘부터는 세상에 나오기 전에 좋은 것도 많이 담아서 네가 살아갈 이 세계를 프리뷰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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