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중얼중얼

가족의 형태가 주는 경험

#304

by 예원

첫 번째 아버지, 이기적이면서 호기롭고 똑똑한 분이었다.

두 번째 아버지, 직업상 넉넉한 경제력을 거머쥘 수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사랑을 베풀고 책임감이 강한 분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자식 1남 1녀를 욕심껏 키워낸 어머니까지.

그렇게 세 명의 어른 아래서 자랐다.


이미 태어난 순간부터 18살까지의 세월이 절대 순탄하지 않을 수밖에.

갑자기 30살이 다 넘어 왜 옛날 얘기를 하느냐 싶겠지만

임신 후 자라온 가정환경이 내 정서의 자국에 남긴 잔상들을 발견한다.


1. 부모도 인간이라는 것을 너무 일찍이 깨달았다.

2. 혼란스러운 환경 아래서, 자녀를 지키려 했던 엄마의 중압감이 아직도 그대로 느껴진다.

3. 각자의 고통은 각자가 쥐고 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입을 다물고 내 일에 집중하며 살았다.

4. 부모와 자녀는 누구보다 깊은 사랑과 동시에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다.


결국

각자도생, 가족 구성원 안에서 서로 도와줄 수 있는 힘은 아무에게도 없었다.

'인간을 믿지만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생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내면에 깔려있었던 것 같다.


남편이 "여보는 생존에 관심이 많아."라는 말을 자주 한다. 돌아보니 그런 것 같다.

"너는 그만 독해져라."라는 지연언니의 말도 떠오른다.


혼자 살아남는 법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하며 살았다.

부모가 나에게 어떤 과목을 공부를 시켜도

내가 재능이 없고 나중에 생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면

과감하게 뱉어냈다. 그렇게 30여 년을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부모가 되면 나의 선택이

내 인생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내 인생을 통해 분명히 배웠기 때문에,

임신을 한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경험과 마음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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