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중얼중얼

손을 베는 순간/부족한 내 모습 그대로

#317

by 예원

1. 손을 베는 순간

'정신이 몽롱할 때는 칼을 잡지 말라고, 부엌에 서지 말라고'

아빠가 엄마에게 여러 번 잔소리를 하는 걸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잔소리의 의미를 어제야 이해했습니다.


어제 마음이 매우 복잡한 채로 부엌에 섰는데,

망고를 자르다 엄지손가락으로 칼이 순간 탁 지나가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피가 나는데 상처 부위가 따가운 건 차치하고

이 피가 무슨 경고장 같았습니다.


모든 것을 멈추고 네 마음에 집중하라는 경고장.



2. 부족한 내 모습 그대로

돌아보면 나는 내 상처하나 돌보지 못하면서

남의 상처를 돌보려 하는 이상한 심리가 있습니다.


아무리 무기력하다가도, 그 상처를 안으려는 의지를 갖는 순간

내 삶도 함께 일으켜야 하는 과정이 동반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그렇게 봉사나 기부를 찾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나 혼자 그대로 존재하는 게 어려워서.


덕분에(?) 거꾸로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은

피해를 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내 몸은 혼자 돌보는 것이 당연하고

나는 도움을 받기보다 도움을 줘야만 존재라는 강박 같은 것이 존재했습니다.


참 말도 안되는, 교만한 생각입니다.

저에게는 건강한 부탁과 나눔 그리고 동반을 위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부족한 나를 오늘 아침 또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지금의 고난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정말 고난에서 끝날 테니까요.

이 고난을 꿰뚫어 보고, 이 고난이 다음 길로 지나가는 문턱이 될 수 있도록.



오늘 아침 묵상 말씀

시편 126:5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창세기 45:5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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