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일
엄마 말로는
제가 어릴 때부터 새벽에 혼자 일어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벽기도에 안아 데리고 갈 때도 많았고,
유치원 때는 기도에서 돌아오면
새벽에 종종 혼자 일어나 문 열지도 않은 유치원에 가버려서 황당한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도 이 수면 습관이 그대로였던 덕에
매 번, 수면시간이 짧아서 주변에서 건강에 대한 걱정도 많이 들었죠.
아. 같이 배낭여행 가서 방 쓰던 친구들이 엄청 힘들어했던 것도 기억나네요.
아침이면 일어나서 부스럭 거리는 바람에 ㅎㅎ
한창 임신하고 수면 패턴이 와르르 무너졌다가,
임신 중기부터 다시 아침이면 눈이 떠지는 수면습관이 돌아왔습니다.
결혼 후 오빠랑 수면 패턴을 맞추면서,
낮잠도 추가로 자고 하루 6-7시간 정도는 챙겨 자는 건강한 습관까지 생겼고요.
사실 일찍 자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때가 많기 때문에
아침 6시쯤 일어나면 머리가 멍합니다.
그럼에도 20-30분 정도 여유를 두고 묵상을 하고 나면
점점 머리와 마음이 깨어나는 게 느껴집니다.
이 습관이 돌아오니 하루가 차곡차곡 쌓이는 묘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몸을 천천히 깨우는 것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수면 패턴이라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삶에 참 많은 영향을 끼쳐요.
엄마가 어릴 때부터 항상 몸소 보여주던 습관이 있거든요.
매일 엄마는 아침 6시쯤 일어나면
절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입에 무언가를 씹지 않는 것이었어요.
미지근한 물 한잔 마시고 방에 들어가 기도와 묵상을 한 후에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천천히 몸을 기도와 묵상으로 깨우고 나서,
하루를 시작하라는 말도 가끔 해주셨어요.
근데 그 말의 씨앗이 이제야 제 몸에서 꽃을 피워서
몇 개월째 그렇게 살아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나는 여전히 엄마가 뿌려놓은 씨앗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엄마의 '아이' 인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고마워 엄마.
엄마가 언젠가 하늘에 가도
나에게 엄마는 늘 마음에서 피어나는 그런 존재이겠지.
엄마... 난 바다에게 마음에 어떤 씨앗을 뿌려주게 될까.
어떤 엄마가 되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