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중얼중얼

부엌에 서는 날이 많아지면서 드는 생각들

#335

by 예원


결혼하고 부엌에 서는 날이 확실히 많아집니다. 내가 여자라서가 아니라 요리는 내가 더 낫고, 청소는 오빠가 더 잘해서ㅎㅎ. 그리고 앞으로 아기 영양 관리는 아무래도 내가 담당해야 할 것 같아서 역할이 나뉘었네요.


집에서 만드는 요리는 맞춤형 수제품 같은 느낌이 있어서 (이윤을 남기기 위한 요리가 아닌) 먹는 상대를 고민하며 만드는 요리는 참 재밌기도 하거든요.


예전부터 장독이나 한국 장에도 참 관심이 많았어요. 할머니 고추장이 그 지역에서 유명했고, 둘째 이모가 한정식 집을 할 정도로 요리실력이 좋아서 매번 배우고 싶어 했더니 할머니가 이러시더라고요.


“장독대 그런 거 쳐다보지 말고! 너는 애기랑 마음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녀라. 그놈에 장독대는 손가락 퉁퉁 불어나는 것밖에 없어.”


하긴 부엌에 하루에 3시간 이상 서있게 되면 조금 힘들더라고요. 뭐든지 취미에서 의무적 노동이 되는 순간의 고통이 있으니까요.


엄마가 이걸 40년 넘게 한걸 생각하니 마음이 영 안 좋더라고요. 외할머니 말처럼 ‘그 시간을 자기한테 좀 쓰지.’


그럼에도 아이러니 하게도.... 부엌에 계속 선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뭔가 기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에 의미가 되기도 하네요.


굉장히 소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상이지만 사랑하는 이의 에너지가 되어줄 매 끼 식사. 이제 슬슬 바다의 영양까지 고민하다 보면, 그 일상에 담긴 사랑에 대해서 천천히 느끼게 될까요.


아니면 현실적으로 에라 모르겠다 하게될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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