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중얼중얼

역할 없이

#343

by 예원

출산하기 전까지 며칠이 남았을지 모르지만,

유예기간 같은 시간이 저에게 발생했습니다.


사춘기처럼 어른도 아이도 아닌...

안사람(전업주부 및 육아담당)도 바깥사람(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도 아닌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요.


딱 10일 정도 이것저것 출산준비를 하다가 3일 전부터 마음이 헛헛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빈 마음에 두려움이 몰려왔어요.


서점을 헤매다가

오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라는 책을 후루룩 읽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들이 드는 거예요.


'내가 어떤 역할로 규정되어 왔구나.

불안한 마음에 빨리 엄마로 전환되고 싶어 했구나.

그것에서 존재의 이유를 느꼈구나.

그리고 내가 엄마로 살아간 이후에 또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거구나.'



마음이 비워지면 첫 순간에는 두려우면서도

이걸 묵묵하게 버티고 바라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또는 자유로워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지금 엄마라는 역할을 가지게 될 거라는 것도

이전에는 PM이라는 직업을 할 거라는 것도 사실은 제가 예상했던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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