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이유는 모르겠다

열 번째

by 예원




주기적으로 텅 비어버린 마음을 마주한다. 주기가 살수록 길어지지만, 오랜만에 찾아왔다. 제발 집에 들어갈 때까지만 참자를 그렇게 되뇌었는데 결국 입구부터 눈물을 흘리다 신발장에 주저앉아 버렸다.



세상에선 누구도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난 또 기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모질라기 짝이 없었다. 이 구멍이 우리의 관계를 해칠까 두려워 조용히 숨고 싶었다.


이 정도로 눈물 흘릴 일은 아무것도 당최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구멍이 뚫린채 다가서면 내 몸이 뜯어진지도 모르고 사랑한다 할 것 같았다. 엉망인 마음이 초라했다. 그리고 당신탓을 할까 두렵기도 했다. 그렇다고 눈물까지 쏟을 건 또 뭔지 모르겠다.


그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를 사랑한다. 하지만 오늘 내 몸이 울고 있다. 온몸이 벌벌 떨릴 만큼 오한이 찾아왔다. 울어서 몸을 뜨겁게 만들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오한. 그냥 지나가는 오한 같은데 거참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감정이다.


오늘 밤 한숨 자고나면 몸살이 올 것 같다. 한웅큼 쏟아내니 목이 쓰라리다. 과거 언젠가 박혀있던 것들이 밀려올라온 것이지 싶으나, 여전히 이유는 모르겠다. 이렇게 모른채 고요하게 지나가고 싶다. 그게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위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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