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중얼중얼

시간을 위한 지출

#411

by 예원


어릴 때는 부모님, 회사원일 때는 고용주, 엄마가 된 이후에는 아이 중심의 시간표를 꾸리게 된 것 같아요. 시간과 돈의 자유가 비례하는 경우도 드물었고요.


뭔가 근본적엔 문제가 있다는 걸 26살 즈음 알았어요. 아. 어른이 되었다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건 아니구나.


내 에너지와 시간을 원하는데 쓰는 비용을 아끼지 않아요. 실제로 시간을 침범하는 타인의 행위에 예민하고요. ;@ (아 그런데 타인이 시간 약속 늦는 건 안 예민해요. 이유는 모름)


그래서 한정된 자원 내에서, 경험에 우선순위를 두고 소비를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요즈음에는 청소, 세탁 시간을 줄이려고 해요. 그게 일반적으로 하찮다기보다는, 제가 원하는 일이 아니어서요. 아이 보는 일과, 다시 복귀할 일, 제 삶을 전반적으로 가꾸는 다른 일에 시간을 소비하고 싶어요.


로또처럼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점점 제가 바라던 어른의 모습과 비슷한 모양을 갖춰 나가는 과정 안에 있나 봐요. 그리고 이 과정이 의미가 있는 일들로 변환되면서, 삶이 좀 고되어도 괜찮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어차피 고된 삶이라면 원하는 쪽으로(그것이 분명 옳은일이라면)기울이며 살고 싶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억이 나를 망가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