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나의 엄마는 그 시절 흔하지 않았던 워킹맘이었다. 하지만 출퇴근이 아닌 레슨을 하는 일이라, 늘 엄마는 집에 있었다. 레슨 사이 쉬는 시간마다 나와 오빠를 챙겼고, 일이 끝나는 즉시 저녁밥을 하는 쉴틈이 없는 삶이었다. 외식이 지금처럼만 대중적이었어도 엄마가 이 정도로 고생하진 않았을 것 같다.
어린 내 눈에도 엄마의 희생은 너무나 절대적이었다. 워킹맘에 독박 육아였으니 두말이 필요 없었다. 일, 엄마 역할 외에 사생활이란 없었다. 엄마가 친구를 만나는 일도 1년에 손에 꼽는 이슈였다. 그나마 교회에 가고, 책 읽고 음악 듣는 시간뿐이었다. 엄마는 종종 "너는 나보다 더 잘 살 거야. 그리고 좋은 엄마가 될 거야."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반대로 생각했다. "아니. 나는 절대 엄마처럼 못해."
엄마는 나에게 너무나 많은 세상을 보여줬고, 나는 그 세상에서 놀고 일하기 바빴다. 엄마처럼 살 자신이 절대 없었고, 엄마가 된 지금도 엄마처럼 살 자신은 없다.
그래서 엄마가 되는 게 너무나 두려웠다.
나의 롤모델은 너무나 강력한 희생정신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희생은 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