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
주말에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한적한 캠퍼스에 오래간만에 방문하게 되었고, 코로나 19 때문에 조금 고민하다 택시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마을버스에 타니 여러 사람들이 한 차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제 앞에 서있는 커플의 대화가 제 귀에 꽂히기 시작했습니다.
남 "그래서 네 동생은 오늘 무슨 시험이라고?"
여 "보건교사 시험이야. 양호선생님이 되는 건가 봐. 어제 새벽 2시에 자더라."
남 "뭐하느라고? 설마 공부한 거야?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시험 전날 그러더라."
여 "야아~ 뭐 말을 그렇게 해."
남 "아니. 내가 어제 카톡 볼까 봐 거기에 쓰진 않았는데, 학생 때 공부는 좀했어?"
여 "중? 중상 정도는 했던 것 같아."
남 "뭐 공부머리가 없지는 않았나 보네. 대학은 어디 나왔어?"
여 "OO대 간호학과. 근데 간호 근무가 3교대고 워낙 힘들잖아. 그래서 그만두고 시험 준비했지."
남 "아니.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어? 그럼 다른 간호사들은 어찌 일하냐?"
...
그 이후 몇 마디 대화가 더 오가다가, 여자분에게 긴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얼굴 표정을 보지 않았지만, 속으로 이미 남자가 자신의 동생의 고통을 일반화해버리고 감정을 무시하는 행동에 기분이 좋지 않은 호흡으로 느껴졌습니다.
저 대화가 왜 그리도 마음에 남던지, 그렇게 찝찝한 마음으로 결혼식을 갔다 집에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예배에서 하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둔감해질 때'라는 주제로 설교가 진행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고통을 일반화해버릴 때, 고통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듯 훈계할 때의 말이 설령 사실일지라도, 고난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상처이다. 고통의 미궁 속으로 빠지게 만드는 언어들을 함부로 뱉지 말아라. 하나님도 인간을 함부로 정죄하지 않으셨다.
남 비판하기 좋아하는 제 성격으로 얼마나 많은 언어로 상대방을 고통스럽게 했을지.
어젯밤부터 온갖 생각들이 떠올라 새벽 3시 30분 잠든 지 3시간 만에 결국 잠에서 깨어나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