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데, 나는 엄마의 39살 생일이 잊히질 않는다.
내 나이 10살 정도였나? 그 장면이 엄마의 대사와 함께 느린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아있다.
엄마는 '정말 나이 드는 게 두렵다고
저물어 가는 게 느껴진다며, 멈추고 싶다.'
말했지만
나는 그날 우리 엄마가 너무 아름다웠다.
촛불을 켠 케이크 앞에서 유독 반짝이던 엄마가 자꾸 기억난다.
내가 조금 말을 더 성숙하게 잘했더라면
"엄마. 지금 엄마 아직도 너무 예뻐."라고 한 마디라도 해줄걸.
그래서 주변에서 많이 말해줘야 하는 걸까.
물론 그 어린나이에도
엄마가 삶을 버거워하는 것이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면 레슨하다 나를 돌아보며 웃으며
간식을 챙겨주던
그렇게 나름
삶에 온 힘을 쏟던 그 날의 엄마는 진짜 아름다웠는데...
나에게 파도가 넘실거리는 푸르른 빛처럼 보였었는데.
나도 내가 39살이 되었을 때 그걸 모르지 않았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