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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원 Dec 24. 2021

또 엄마의 39살 생일이 기억난다

참 이상한데, 나는 엄마의 39살 생일이 잊히질 않는다.

내 나이 10살 정도였나? 그 장면이 엄마의 대사와 함께 느린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아있다.


엄마는 '정말 나이 드는 게 두렵다고

저물어 가는 게 느껴진다며, 멈추고 싶다.'

말했지만

나는 그날 우리 엄마가 너무 아름다웠다.

촛불을 켠 케이크 앞에서 유독 반짝이던 엄마가 자꾸 기억난다.


내가 조금 말을 더 성숙하게 잘했더라면 

"엄마. 지금 엄마 아직도 너무 예뻐."라고 한 마디라도 해줄걸.

그래서 주변에서 많이 말해줘야 하는 걸까.


물론 그 어린나이에도

엄마가 삶을 버거워하는 것이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면 레슨하다 나를 돌아보며 웃으며

간식을 챙겨주던

그렇게 나름 

삶에 온 힘을 쏟던 그 날의 엄마는 진짜 아름다웠는데...


나에게 파도가 넘실거리는 푸르른 빛처럼 보였었는데. 

나도 내가 39살이 되었을 때 그걸 모르지 않았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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