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배에서 꿈틀거리던 기억 덕분에, 아무래도 모성애가 더 생기지 않냐 물으면 난 잘 모르겠다. 만삭은 신기하면서도 고통스러운 감정이 더 크니까. 나는 빨리 방을 빼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좀 차갑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두 번 다 그랬다. 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뱃속에 있던 시절이 편했다는 말에 여전히 동의를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와 한 몸인 게 참 나 같은 인격에게는 고통인가 보다.
오히려 육아 과정에서 찾아온 어떠한 의미와 미션이 나를 살아가게 하고, 더 깊이 있게 살게 만드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긴 했다. 일과 육아에 책임을 이행하면서 나도 모르게 애정이 생기고, 감정이 생기고, 그러다 의미도 알게 되고. 온갖 요소들이 뒤섞여서 무엇이 원인인지도 사실 잘 모른다.
그래서 최근에는 남편이 추천한 책을 읽고 미래를 함부로 예측하려 하지 않고, 어떤 원칙으로 현실을 대응하다 보면 그 미래가 또 현실이 되고 그 깊이를 알아가게 될 거라 생각한다. 최근에 다양한 이슈 덕에, 삶이 생각보다 길면서도 짧은 것 같다.
그리고 이 두 녀석 덕분에 자연적으로는 식어가는 삶이지만, 꾸준히 강제로 움직이며 우리는 알게 모르게 따뜻함을 유지하게 되는 걸까 그런 질문을 던지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