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출근길

서른한 번째

by 예원

15년 수면장애가 무색하게 그저께는 낮잠까지 더해보니 12시간이나 잤다. 덕분에 오늘은 새벽까지 가만히 누워 천장에 대고 말을 걸었다. 그러다 새벽 5시에 시계를 보고 놀라 잠들었다. 그리곤 7시 50분 즈음 눈을 떴는데 피곤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점심 도시락을 싸 봤다.


부엌 옆 창문을 여니 옆 집 정원에 새들도 보인다. 도시락과 가방을 챙겨 출근하려 현관을 열었다가, 다시 문을 닫았다. 봄이 오는가 했더니 미세먼지가 먼저 하늘을 하얗게 덮었다. 까만 마스크 3개 중 가장 깨끗한 걸 골라 쓰고 다시 현관문을 열었다.


오늘 낮엔 마음껏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서울숲을 걷고 싶지만 아무래도 어렵겠다. 마음도 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은 계속 생기는 것 같다. 역까지 작은 달리기로, 지하철 환승구간에서는 큰 달리기로 몸이 따뜻해질 때까지 달렸다. 그렇게 뜀박질을 한 판 하고 나니 몸이 시원하다.


나쁘지 않은 출근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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