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 노래 알아?"
친구가 좋다면서 노래 한 곡을 추천한다.
"신곡이야?"
"아니? 너 이 노래 몰라? 얼마 전 꽤 유명했는데"
내 취향을 저격하는 이런 노래를 그동안 왜 몰랐던 걸까? 무슨 노래든 곧잘 따라 부를 정도로 음악을 많이 듣고 좋아했던 나인데 말이다.
생각해보니 매월 정액제로 결제해 놓았던 음악 스트리밍 어플을 몇 달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음악으로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의 무료함을 달랬는데, 요새는 그 역할을 유튜브가 대신하고 있다.
애완견 브이로그, 영화 소개, 게임, 애니메이션, 국뽕 뉴스, 해부, 지식 영상 등 장르도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빵빵한 사운드와 풍부한 비주얼로 채워진 이 영상이란 매체는 시각과 청각 두 가지 감각을 자극한다. 그래서인지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꼬박 몇 시간을 집중하게 된다.
사실 처음부터 유튜브란 플랫폼을 호의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블로그를 보며 글을 읽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익숙했을 때는 어떤 정보를 얻거나, 순간적인 재미를 얻기 위해 5~10분 정도의 영상을 꼬박 봐야 한다는 거부감이 컸다. 정돈된 텍스트나 편집된 이미지가 더 경제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유튜브는 매스미디어보다 그 내용이 몇 배는 자극적일 뿐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장르도 다양해졌다. 한두 번 몇 가지 영상을 보던 것이 결국에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기 이르렀다. 광고가 없어진 덕분에 나의 유튜브 라이프는 윤택해졌다. 스킵 버튼을 클릭하지 않고 편안하게 영상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서서히 내 삶을 잠식한 유튜브는 '유일한 감각'을 허락하지 않았다. 눈감고 음악을 즐기는 시간과 눈뜨고 주변 풍경을 둘러보는 모든 시간들을 빼앗아갔다. 가끔은 내가 어떤 길로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난 후, 난 유튜브와 약간의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유튜브가 주는 윤택한 정보와 즐거움 때문에 완전히 끊어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출근길은 음악을 듣기로 하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나와서는 집까지 걷는 그 길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빼앗겼던 무뎌진 오감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식을 되찾기 위한 나만의 작은 챌린지를 시작한 것이다.